여성활동가 2명, 왕실모독죄 폐지 주장하며 7주째 단식투쟁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에서 오리로 국왕을 풍자한 삽화를 넣은 달력을 판매한 남성이 왕실모독죄로 2년형을 선고받았다.
8일 AP와 EFE 통신에 따르면 방콕 형사법원은 노란색 오리가 등장하는 풍자만화가 실린 달력을 판매한 26세 남성에게 국왕을 조롱했다는 이유로 2년형을 선고했다.
인권변호사단체 '인권을 위한 태국 변호사들'(TLHR)은 이 남성이 2021년 달력에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을 흉내 낸 노란 오리로 국왕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고 전했다.
피고는 매달 다른 오리 삽화가 나오는 달력을 디자인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판매했다. 법원은 오리 삽화에 국왕을 조롱하기 위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오리는 2020년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며 일어난 반정부 시위의 상징이었다. 달력 속 오리는 왕실 구성원들처럼 붉은색 띠를 두르고 많은 메달을 달고 있고, 라마 10세를 연상케 하는 숫자 10이 강조됐다.
태국에서 왕실 구성원이나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거나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을 하는 경우 왕실모독죄로 기소돼 건당 최고 징역 15년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군주제 개혁과 왕실모독죄 폐지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고,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잠잠하던 시위는 최근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탄따완 뚜아뚤라논과 오라완 푸퐁 등 20대 여성 활동가 2명은 왕실모독죄 폐지 등 사법 개혁을 요구하며 지난 1월 18일부터 7주째 단식 투쟁 중이다.
지난달 24일부터 대법원 앞에서 단식을 이어가던 두 사람은 건강 상태 악화로 이달 3일 다시 탐마삿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측은 신부전 위험이 높은 위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2020년 이후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구금돼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은 정치범 16명이 전원 석방될 때까지 단식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은 지난 한 달간 이들 중 13명의 보석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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