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당, 연정파트너 반대에도 '비동의 간음죄' 개정
"중범죄자 오히려 감형"…입법 부작용 책임 둘러싼 공방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비동의 간음죄' 도입 이후 성범죄자들이 대거 감형되거나 조기 출소하는 상황이 벌어진 스페인에서 집권연정의 양대 축인 사회당과 포데모스 연합이 법개정 여부를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페인 하원은 이날 찬성 231표, 반대 56표, 기권 58표로 비동의 간음죄 관련법의 개정을 승인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 사회당이 보수성향의 야권과 이례적으로 손을 잡고 개정을 밀어붙인 결과다.
반면, 포데모스 연합은 개정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연정 상대방인 사회당과 대립각을 세웠다.
앞서 스페인 의회는 폭행과 협박이 없더라도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라면 강간죄로 처벌한다는 법안을 작년 8월 통과시켰다.
이 법은 포데모스 연합이 장악하고 있는 스페인 평등부가 주도해 제정됐는데,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미한 범죄인 '성적 학대'와 중한 처벌이 필요한 '성폭행'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법으로 규율한다.
그런 까닭에 최소형량이 낮게 책정돼 있는데, 성범죄자들이 이를 근거로 형기를 감형받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면서 상당한 논란이 불거졌다.
스페인 사법부에 따르면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계기로 형기를 감형받은 성범죄자의 수는 모두 721명으로 파악되며, 이 중 74명은 이달 1일부로 석방됐다.
당초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추진된 취지는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일부 범죄자들의 형량을 줄여주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사회당은 비동의 간음죄의 형량을 상향 조정하는 등 법적 흠결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세웠으나, 포데모스 연합은 판사들이 입법 취지를 잘못 이해했을 뿐이라면서 법 개정에 반대해 왔다.
결국 양자 간의 입장을 조율하는 데 실패해 균열을 노출하면서 스페인 집권연정은 출범 3년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여기에는 올해 12월 이전 차기 총선을 치러야 하는 정치 환경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대학의 정치학 전문가 실비아 클라베리아 교수는 사회당이 포데모스 연합의 핵심 정책이었던 비동의 간음죄 도입과 관련한 문제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포데모스 연합에 대한 정치적 견제구로서의 성격이 크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포데모스 연합이 사회당과의 차별화를 위해 연정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