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동물실험 대체수단 빠르게 발전…완전 대체엔 수십년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동물 권리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살아 있는 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제약 실험 수단들이 빠르게 개발되면서 신약 개발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새 장의 시작을 알린 것은 지난해 말 제정된 'FDA 현대화법 2.0'이라며, 이 법으로 제약사는 살아 있는 동물 대신 장기 칩(organ on a chip) 같은 첨단 도구로 초기 안전성 및 효능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는 1938년 제약회사에 신약 판매 전 반드시 안전성 데이터를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하도록 한 '연방 식품·의약·화장품 안전법'이 제정된 후 시작된 동물 독성실험 시대에 큰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동물실험 대체 수단을 찾는 움직임은 다른 기관과 나라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19년 포유류 실험을 줄이고 궁극적으로 완전히 없앨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유럽의회도 2021년 각국에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계획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 배경에는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신약을 더 저렴하고 빠르게 개발하고자 하는 제약사의 수요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동물실험 대체 수단의 빠른 발전이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물 권리 단체들은 지난 수십년간 의학 분야의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해 로비활동을 해왔으며 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이에 대한 지지 여론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갤럽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3%가 동물실험에 대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2001년 조사 때(26%)보다 1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동물 윤리가 동물실험 대체 수단 모색에 큰 원동력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싸며 공급이 부족하다는 동물실험 자체의 단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동물실험 대안센터 토머스 하퉁 소장은 동물에서 효과가 좋은 신약이 사람에겐 효과가 전혀 없는 경우가 있고, 항체나 DNA 기반의 최신 치료법은 인간 고유물질에 기반한 경우도 많다며 윤리적 이유뿐 아니라 경제적 이유에서도 동물실험 대체 수단에 대한 압박이 많다고 말했다.
동물실험 대체 수단으로는 생체공학 장기, 장기 칩, 컴퓨터 모델 등 다양한 방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인간 생리학을 더욱 정교하게 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왔으며, 이를 통해 인간 줄기세포로 뇌, 폐, 신장 같은 특정 장기의 특성을 가진 '오르가노이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은 미니 오르가노이드를 이용해 질병의 기초를 연구하거나 개별 환자에 대한 맞춤형 치료법도 시험할 수 있다.
AA 전지 크기의 칩에 여러 종류의 인간 세포로 이루어진 작은 채널들을 배열한 장기 칩도 동물실험 대체 수단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채널에 신약 물질을 흘려보내며 약물이 신체 측정 부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실제 세포를 사용하지 않고 특정 화학적 특성을 가진 화합물이 독성이 있는지, 신체 장기에 얼마나 전달되는지, 몸에서 얼마나 빨리 대사가 이뤄지는지 등을 컴퓨터 모델로 분석하는 방법도 많이 연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기술들은 아직 초기 단계로 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더 정밀하게 발전하고 표준화되고 검증돼야 한다며, 이른 시일 안에 동물실험이 대안에 밀려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국가 독성학 프로그램(NTP)의 기관 간 대체 독성 평가 센터 니콜 클라인트루어 소장은 "동물은 인체 내 약물 작용을 예측하기 위한 대리자일 뿐"이라며 "완전한 인간 관련 모델을 갖게 된다면 동물이라는 블랙박스는 더는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신기술들이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는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런 미래가 이루어지려면 수백 년은 아니더라도 수십 년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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