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작년 10월 부임 이후 처음으로 세계 인권 현황에 대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8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 따르면 투르크 최고대표는 전날 인권이사회 회의에 나와 "중국에서는 인권 운동가와 변호사 등을 자의적으로 구금하는 문제와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등 시민들의 활동 공간을 심각하게 제한하는 일이 있으며 이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작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중국 신장 자치구에서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의 후속 조치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보고서는 신장 자치구 내 수용시설에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이슬람교도들이 수용된 채로 구금과 고문, 학대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무단 구금을 당하고 가족들과 분리된 수용자들에 대한 우려 사항을 OHCHR이 문서화했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가 필요한 권고사항을 제시했다"면서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 채널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인권 상황도 거론됐다.
투르크 최고대표는 러시아가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정부 비판적 언론사인 노바야 가제타와 대표적 인권단체 '모스크바 헬싱키 그룹'의 사무실을 폐쇄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시민들의 활동 공간이 없어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군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180건 이상의 형사 사건이 만들어져 언론인과 시의원 등 많은 이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면서 "국영 언론이 내놓는 전쟁 지지 메시지는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엔 전략조정 담당 사무차장을 지낸 투르크 최고대표는 지난해 10월부터 인권최고대표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그가 유엔 인권이사회에 나와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을 담은 연례 보고서 내용을 소개한 건 부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투르크 최고대표의 발언 수위가 기대보다 낮다는 반응도 있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신장 자치구 인권침해 이슈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된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인 만큼 유엔 인권 수장으로서 더욱 강도 높은 대중(對中) 메시지를 내놓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제 인권감시기구인 휴먼라이츠워치의 켄 로스 전 대표는 로이터 통신에 "투르크 최고대표는 사실상 중국을 비판하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라며 "그는 '조용한 외교'만 해법으로 제시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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