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앞 수만명 결집…이틀째 경찰 화염병·물대포로 강경 진압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구소련 연방이었던 조지아에서 여당이 강행하는 언론 통제법안에 맞서 이틀째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AFP 통신·BBC 방송 등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의회 앞에는 수만 명이 모여 "러시아식 악법을 철회하라"며 규탄 시위를 벌였다.
집권당 '조지아의 꿈'이 주도하는 이 법안은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언론과 비정부기구(NGO)를 '외국 영향을 받는 대행 기관'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이를 두고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제하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법안이 의회를 1차로 통과한 7일부터 수천 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경찰과 대치했다.
시위 이틀째인 8일에는 참가자들이 유럽연합(EU)과 조지아 국기를 흔들면서 "러시아식 법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앞서 러시아는 2012년 이와 비슷한 외국대행기관법을 제정했고 작년 12월에는 이를 강화하는 법 개정까지 했다.
실제로 이 법은 러시아 정부에 반기를 드는 단체를 폐쇄하는 데 활용되는 등 정부 비판 여론을 탄압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시위에 나선 10대 참가자는 "우리는 러시아가 우리의 미래를 정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젊은 층은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고 말했다.
70대 참가자도 "러시아 정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조지아 정부도 같은 것을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조지아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쏘면서 해산 명령을 내리고 이틀째 강경 진압을 이어갔다.
현지 방송에는 이날 밤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든 경찰 수백 명이 거리에 배치된 모습이 보도됐다.
시위대 일부는 의회 밖에 설치된 장벽을 무너뜨리기도 했으며, 전날에는 경찰을 향해 화염병 등을 던지기도 했다.
조지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7일 이후 최소 76명이 법 집행에 불복종하고 경미한 폭력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도 이 법안으로 언론인, 인권 운동가 등에 '외국 요원'이라는 꼬리표를 붙여 탄압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벨기에 단체 '카네기 유럽'(Carnegie Europe) 관계자는 조지아 민주주의가 현재 위태로운 상황이라면서 정치적 격동기를 겪는 조지아가 "중대한 순간"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도 전날 "이 법은 EU의 가치와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당과 거리를 두고 있는 무소속 출신 살로메 주라비쉬빌리 조지아 대통령도 이번 시위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전날 공언했다.
다만, 의회는 대통령의 거부권도 뒤집을 수 있다고 AP·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조지아는 2020년 총선을 기준으로 대통령중심제에서 의원내각제로 전환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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