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바흐무트 넘기나…러 용병단, '동쪽 완전점령' 선언

입력 2023-03-09 09:06   수정 2023-03-09 14:42

우크라, 바흐무트 넘기나…러 용병단, '동쪽 완전점령' 선언
나토 "며칠내 함락될수도"…우크라, 서쪽 방어선 강화
서방 '대세 변화없다'…美정보국장 "푸틴, 향후 점령지 수호로 전략 선회"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가 러시아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병합지를 완전히 점령할 발판으로 보지만, 서방은 이번 전쟁의 대세와 관계없다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단 와그너그룹의 대표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8일(현지시간) 바흐무트의 동쪽 구역을 완전히 점령했다고 주장했다.
바흐무트는 도시를 가로지르는 바흐무트카강을 기준으로 동·서부로 나뉘는데 중심가는 서부에 있다.
러시아는 그간 와그너그룹 용병들을 주축으로 내세워 바흐무트를 북쪽, 동쪽, 남쪽 등 3면에서 압박해왔다.
와그너그룹의 동쪽 완전점령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 러시아 군사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병력이 우크라이나군의 퇴각 뒤 동쪽 지역을 점령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바흐무트는 러시아가 작년에 자국 영토로 병합을 선포한 도네츠크주에 있는 요새도시로 6개월 동안 격전이 지속됐다.
전쟁 전까지 7만명이 살던 바흐무트는 무차별 포격과 총격으로 폐허가 된 지 오래다.
러시아는 바흐무트를 도네츠크주의 다른 지역까지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확보해야 할 통로로 눈독을 들여 왔다.
그러나 서방 군사당국은 바흐무트가 전체 우크라이나전 전황에 영향을 미칠 전략 요충지는 아니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군 수뇌부가 반대해 철수는 안 된다며 지난 6일 사수 의지를 소극적으로 내비쳤다.
이튿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바흐무트를 점령하면 도네츠크주에서 더 멀리 진군할 수 있다고 결전 의지를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러시아가 곧 바흐무트를 점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유럽연합(EU)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계속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 양으로 질을 메운다"며 "러시아가 큰 손실을 보고 있지만 바흐무트가 며칠내 결국 함락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바흐무트 함락이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어떤 전환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러시아를 깔봐서는 안 된다는 점 정도가 부각될 것"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바흐무트 점령 뒤 계속 진격할 수 없도록 차이우 야르 등 바흐무트 서쪽 지역에 이미 방어진을 강화했다.
더 서쪽에 있는 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 슬로우얀스크에는 이전부터 더 강력한 우크라이나 방어진이 구축된 상태다.
ISW는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발판으로 삼더라도 진군하는 데 필요한 기갑전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체로도 러시아에 단기적으로는 바흐무트 격전과 같은 공세가 더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미국의 정보당국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은 러시아가 탄약, 병력 부족 때문에 점령지를 지키는 데 집중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인스 국장은 이날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군이 처한 현실을 자각해 이 같은 변화가 뒤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는 공세를 계속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사상률을 겪고 있다"며 "푸틴이 자국군이 성취할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더 잘 이해했을 가능성이 크고, 이제는 더 제한적인 군사 목표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강제징병을 하고 제3자의 상당한 탄약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공격작전을 유지하는 게 몇 달 동안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며 "요약하면 우리는 러시아가 올해 주요 점령지를 획득할 정도로 회복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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