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포탄 지원 박차…EU 역내 조달 우선, 역외 조달도 배제는 안해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유럽연합(EU)이 최소 10억 유로(약 1조4천억원) 규모의 탄약을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국방부 장관들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함께 회동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지원과 함께 바닥난 회원국 무기고를 복원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는 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도 참석했다.
EU 회원 27개국은 오랫동안 다른 나라에 대한 무기 금융지원이나 치명적 무기 제공을 꺼려왔으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 같은 금기를 깼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우리는 전시에 있기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전시의 정신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방장관들이 이달에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10억 유로 지출안을 제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이미 회원국들에 4억5천만 유로(약 6천260억원)를 우크라이나 탄약 공급용으로 지원했으나 "더 많이 더 신속하게" 탄약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보렐 대표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에 맞서 춘계 대공세에 대비하고 있다.
EU가 특히 지원을 재촉하는 탄약은 나토 표준 포사격용인 155㎜ 포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2차세계대전 이후 전례 없는 규모로 탄약을 소진하고 있다. 전문가와 정보관리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약 6천발의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영국 국방 싱크탱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전투가 한창일 때 러시아는 영국군 전체 비축분보다 더 많은 탄약을 이틀 만에 소진했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이날 자국군이 월 최소 35만6천300발의 포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U는 가급적 역내 생산업체에 탄약을 주문하기로 했다. 역내 방산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다만 보렐 대표는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로 보낸 탄약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탄약을 빨리만 구매한다면 굳이 그 출처를 묻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앞서 브렉시트로 인해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이 조달 대상국에서 제외된 데 반발한 것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EU 외교관들은 역시 비회원국인 노르웨이에 탄약 조달 방안을 비공식으로 타진했고 영국, 캐나다, 미국 등으로 논의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유럽에서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요구되는 탄약 사양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15개 업체면서 "방위산업은 더 많이 생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U를 포함해 나토 회원국에서 탄약 생산이 부족한 것은 지난 수십년간 우크라이나전과 같이 좀 더 전통적인 지상전보다 주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등 단순한 적수와 맞선 비대칭전에 대비해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유럽 포탄 생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체코 방산업체는 우크라이나가 매달 최대 4만발의 나토 표준 155㎜ 포탄을 쓰고 있다고 추산했다. 반면 유럽 내 전체 155㎜ 포탄 생산은 연간 30만발에 그쳤다.
이날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는 박격포와 탱크에 쓰이는 120㎜ 포탄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과 영국에 있는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155㎜ 포탄 등의 생산 채비를 하고 있다.
탄약은 신형 군사 장비에 비해 단순한 제품으로 여겨지나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안전상 고도의 주의가 필요하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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