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세계 여성의 날 맞아 많은 이들 청훙에 경의 표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리커창(67) 중국 국무원 총리가 퇴임하면서 저명 영문학자인 그의 부인이 관심을 받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리 총리의 부인 청훙(65)은 베이징 수도경제무역대 외국어과 교수로, 중국에서 미국 자연주의 문학 전문가로 통한다.
SCMP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리커창의 부인 청훙도 이력 면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며 "최근 몇년간은 대중의 관심을 받지 않았지만 청훙은 뛰어난 인재이며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중국에서 많은 이들이 그의 조용하지만 효과적인 역할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청훙은 중국 제1의 미국 자연주의 문학 연구가로 해당 분야 책을 두 권 집필하고 여러 관련 영어책을 중국어로 번역하며 명성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수도경제무역대는 홈페이지에 청훙을 '저명한 학자'이자 학술위원회 위원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두 차례에 걸쳐 '최고 교수 톱10'에 선정됐다.
젊은 시절 청훙은 자신의 강의로 베이징시 교육 당국으로부터 수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대학 영문학부 학장 자리 제의는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커창이 2013년 3월 총리로 임명된 뒤 2년간 그는 리 총리의 해외 방문에 종종 동행했다.
이 기간 많은 중국 매체가 그의 지적인 배경과 우아한 성품을 칭송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외국 매체에서도 그를 '소프트 파워'로 종종 묘사했다.
그러나 리 총리의 실권이 약해지면서 최근 몇 년간 청훙도 거의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2019년 관영 제팡일보는 그의 저서 개정판을 소개하면서 리 총리의 부인이라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대중의 눈에 띈 것은 지난해 11월 리 총리의 캄보디아 방문에 동행했을 때다.
SCMP는 "리 총리가 퇴임하면서 청훙은 의심할 여지 없이 새로운 삶을 맞게 된다"며 "이는 가족 중심적인 그에게 좋은 소식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청훙에 대한 관심은 리 총리가 최근 정부 부처를 돌며 고별인사를 하는 영상이 중국 인터넷에서 검열되는 상황과 맞물리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SCMP는 리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국무원과 재정부 등 정부 부처를 돌며 인사하는 영상이 최근 중국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했지만 많은 영상이 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리 총리가 국무원 직원들로부터 환대받고 단체 사진을 찍는 모습을 비롯해, 그가 감독했던 여러 핵심 경제 정부 기관들에서 많은 관리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은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중국 인터넷에 올라왔지만 삭제됐다. 다만 유튜브나, 트위터 등 해외 소셜미디어에서는 퍼져나가고 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특히 리 총리가 지난 2일 국무원 판공청 직원 800여 명에게 작별 인사를 하면서 "사람들은 '사람이 하는 일은 하늘이 보고 있다(人在做天在看)'고들 말한다"고 한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면 언젠가는 제대로 평가받게 된다며 자신과 동고동락한 국무원 관계자들을 격려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장악한 중국 최고 지도부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리 총리는 한때 시 주석의 경쟁자로 중국 경제 개혁을 이끌 인물로 평가받았으나 시 주석이 당내 독보적 지위 구축에 나서면서 총리로 재임한 지난 10년간 존재감이 약화해갔다.
중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리 총리의 퇴임을 아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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