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방미, 대만해협 파고 높일까…누구 만날지가 관건
美하원의장이나 행정부 고위직과 공식 회동시 中 강경대응 전망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올봄 미국 방문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미중 관계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가져올 파장이 주목된다.
대만 매체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중미 지역 우방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등 2개국 순방을 위해 이달 말 출발해 미국 뉴욕을 경유하고, 귀국길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대만 언론들은 차이 총통이 '로널드 레이건 재단과 연구소'의 초청에 따라 캘리포니아 남부의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대만의 고위 관료들이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정책 및 대만과의 비공식적이며 강력한 관계와 일치한다"며 관련 일정을 사실상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8일 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에서 차이 총통의 방미에 대해 "결연한 반대"를 천명하며 미국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한 사실을 소개하는 선에서 일차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9일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최근 동중국해 모 해역에서 실시한 구축함 부대의 실탄 사격 훈련 영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대만 현직 총통의 미국 방문 역사는 1995년 6월 국민당 출신 리덩후이 당시 총통의 방미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이 총통은 취임 첫해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차이 총통이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찾는 것 자체만 갖고서는 중국이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와 같은 고강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 직후 대만 주변을 포위하는 형태로 훈련 구역을 설정한 채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고, 그때 이후로 중국군 전투기들은 대만해협 중간선을 거의 매일 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중 관계 상황을 감안할 때 쉽게 대응 수위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연초부터 의욕을 보여온 대미 관계 개선 시도가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으로 주장)' 갈등과 미국의 중국 기업 직접 제재 등으로 벽에 부딪히면서 최근 미국에 대한 어조를 높이고 있다.
친강 외교부장이 지난 7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만약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중략) 필연적으로 충돌과 대항에 빠져들 것"이라며 "재앙적인 결과"를 경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미 관계 개선에 좌절감을 느낀 중국으로선 13일 끝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시진핑 집권 3기가 당·정·군에 걸쳐 공식 출범하는 상황에서 차이 총통의 방미를 국민 결속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결국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누구를 만날지가 중국의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내년에 집권 2기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차이 총통은 자신의 개인적 정치 유산뿐 아니라 내년 1월 대만 대선에서 소속 정당인 민진당의 집권 연장에 미칠 영향까지 시야에 넣은 채 미국 방문 일정을 짤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만약 매카시 하원의장을 공식 면담 형식으로 만나고, 더 나아가 행정부 현직 고위인사와 회동할 경우 중국은 작년 펠로시 대만 방문 때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의 대응에 있어) 관건은 차이 총통이 매카시 하원의장과 면담할지 여부와 면담 형식이 공식적인지 여부일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영토에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총통을 공식 접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외교·군사 영역에서 격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해협 중간선 월선을 상시화한 중국이 만약 무력 대응 수위를 높인다면 다음 단계로는 대만 해안선에서 24해리(약 44km) 떨어진 해역까지인 '접속수역' 안에 전투기와 군함을 상시 파견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국제법상 영해 범위인 12해리(약 22㎞) 해역의 턱 밑까지 압박해 들어갈 수 있다는 예상이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美하원의장이나 행정부 고위직과 공식 회동시 中 강경대응 전망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올봄 미국 방문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미중 관계와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가져올 파장이 주목된다.
대만 매체에 따르면 차이 총통은 중미 지역 우방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등 2개국 순방을 위해 이달 말 출발해 미국 뉴욕을 경유하고, 귀국길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대만 언론들은 차이 총통이 '로널드 레이건 재단과 연구소'의 초청에 따라 캘리포니아 남부의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대만의 고위 관료들이 미국을 경유하는 것은 미국의 오랜 정책 및 대만과의 비공식적이며 강력한 관계와 일치한다"며 관련 일정을 사실상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8일 외교부 대변인 정례 브리핑에서 차이 총통의 방미에 대해 "결연한 반대"를 천명하며 미국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한 사실을 소개하는 선에서 일차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9일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최근 동중국해 모 해역에서 실시한 구축함 부대의 실탄 사격 훈련 영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대만 현직 총통의 미국 방문 역사는 1995년 6월 국민당 출신 리덩후이 당시 총통의 방미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이 총통은 취임 첫해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미국을 방문한 바 있다.
차이 총통이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찾는 것 자체만 갖고서는 중국이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때와 같은 고강도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 직후 대만 주변을 포위하는 형태로 훈련 구역을 설정한 채 대만 상공을 통과하는 탄도 미사일 발사를 포함한 고강도 무력시위를 벌였고, 그때 이후로 중국군 전투기들은 대만해협 중간선을 거의 매일 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중 관계 상황을 감안할 때 쉽게 대응 수위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연초부터 의욕을 보여온 대미 관계 개선 시도가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으로 주장)' 갈등과 미국의 중국 기업 직접 제재 등으로 벽에 부딪히면서 최근 미국에 대한 어조를 높이고 있다.
친강 외교부장이 지난 7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만약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중략) 필연적으로 충돌과 대항에 빠져들 것"이라며 "재앙적인 결과"를 경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대미 관계 개선에 좌절감을 느낀 중국으로선 13일 끝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시진핑 집권 3기가 당·정·군에 걸쳐 공식 출범하는 상황에서 차이 총통의 방미를 국민 결속 계기로 만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결국 차이 총통이 미국에서 누구를 만날지가 중국의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내년에 집권 2기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차이 총통은 자신의 개인적 정치 유산뿐 아니라 내년 1월 대만 대선에서 소속 정당인 민진당의 집권 연장에 미칠 영향까지 시야에 넣은 채 미국 방문 일정을 짤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만약 매카시 하원의장을 공식 면담 형식으로 만나고, 더 나아가 행정부 현직 고위인사와 회동할 경우 중국은 작년 펠로시 대만 방문 때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의 대응에 있어) 관건은 차이 총통이 매카시 하원의장과 면담할지 여부와 면담 형식이 공식적인지 여부일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 영토에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 총통을 공식 접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는 일로 규정하고 외교·군사 영역에서 격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만해협 중간선 월선을 상시화한 중국이 만약 무력 대응 수위를 높인다면 다음 단계로는 대만 해안선에서 24해리(약 44km) 떨어진 해역까지인 '접속수역' 안에 전투기와 군함을 상시 파견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국제법상 영해 범위인 12해리(약 22㎞) 해역의 턱 밑까지 압박해 들어갈 수 있다는 예상이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