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경제 불확실성, 자선기금 투명성 우려에 기부 주저"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분배를 강조하는 '공동부유'를 다시 강조했지만, 코로나19에 타격을 입은 중국 민영 기업들이 호응을 안 할 수도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SCMP는 "경제 불확실성과 중국의 자선 분야 투명성에 대한 우려로 많은 민영 기업가가 자신의 대표 정책인 공동부유를 지원하라는 시 주석의 요청에 답하기를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3년간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정책 불확실성과 비즈니스 혼란에서 여전히 회복하고 있는 민영 기업들은 시 주석의 메시지에 반응을 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지난 6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회의에 참석한 중국민주건국회와 공상업연합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동부유'에 민영 기업들의 기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식 현대화는 전 국민의 공동부유 현대화"라며 "국유기업이든 민영기업이든 다 공동부유를 촉진하는 중요한 힘이며 공동부유를 촉진하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영 기업가들에게 "중화민족의 전통 미덕을 계승·선양하고 공익 및 자선사업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부유해지면 책임감을 갖고, 의롭게 살고,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광둥성 선전에서 인터넷 기업을 운영하는 레이철 웡 씨는 선전시의 중소 기술 기업들이 올해 중국의 경제 전망에 대해 대체로 비관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SCMP에 "여전히 상황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우리는 투자와 지출에서 보수적일 것"이라며 "올해 기업가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선은 아마 투자와 고용 확대, 임금 인상을 할 수 있을 만큼 대담해지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규제 당국이 기업가들을 단속하는 것과 그들 중 일부가 막대한 돈을 기부하는 것을 봤다"며 "그러나 일반 대중은 도대체 그 돈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산업단지 개발 투자자 가오전둥은 중국 정부가 당분간 부의 분배 추진에서 저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모두가 경제 둔화에 직면해 있다. 민간 분야는 위로받아야 하고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며 "공동 부유 추진은 우려와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부의 엑소더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가난한 이를 돕기 위한 부자 과세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기업가들은 세금 제도 강화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 7일 상하이 사회과학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기관의 취안헝 당 서기는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부의 불평등 해소를 위해 부자들의 세금을 인상하고 다른 이들의 세금은 낮출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저명 경제학자 판강은 지난달 중국경제개혁학회가 발간한 글에서 공동부유 추진에서 최고 기업가들이 타깃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신흥 부자의 다수는 기술 기업 소유주들로 더 큰 재능과 혁신을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일궜다"며 "지적 재산을 부정하고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거나 기술 기업을 단속함으로써 동등한 수입을 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민대 자오시쥔 교수는 "사람들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믿게 하기 위해 현재 우선순위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지 공동 부유 같은 장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케이크가 꾸준히 커지고 있도록 보장한 후에야만 케이크를 어떻게 자를 것인지를 논의할 수 있다"며 "케이크가 충분히 크지 않다면 어떻게 자르든 불완전하게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팬데믹 기간 경제가 둔화하면서 중국의 자선 기부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중국 사회과학학술출판이 발간한 자선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중국의 기부는 전년보다 5% 이상 줄었다.
중국 최대 기술기업 텐센트의 연례 기부 행사 '99 기빙 데이'에 지난해 기부금과 참여자는 각각 전년보다 7%, 15%씩 줄어들었다.
다만, 공동 부유 정책 아래 기부는 많은 기업가에게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투자자 빌리 황은 밝혔다.
광저우의 의료 시스템에 최근 몇 년간 1억 위안을 투자한 그는 SCMP에 "결국 회사가 일정 규모로 커지면 소유주가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은 필수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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