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하르키우·오데사 등 10개 지역에 미사일 81기·드론 8기 발사
자포리자 원전 전력공급도 차단…젤렌스키 "책임 면치 못할 것"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해 90발에 가까운 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각지에 대규모 공습을 벌였다. 이는 지난달 16일 이후 약 3주 만의 전국적 공습이다.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우크라이나 전역에서는 5시간 넘게 공습 사이렌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6기를 포함한 미사일 81기, 자폭 드론 8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수도 키이우와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를 포함해 10개 지역의 에너지 기반 시설이 주요 목표였다.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순항 미사일 34기, 자폭 드론 4기를 요격했으나, 나머지 미사일들로 인해 서부 르비우에서 5명, 남동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서 1명이 사망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키이우에서 최소 2명이 다쳤고, 도시의 40% 지역에서 난방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올레 시녜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하르키우시가 우크라이나 방공망으로는 막을 수 없는 S-300 탄도 미사일 15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유리 이흐나트 공군 대변인은 "이번은 매우 다양한 미사일을 섞어 쓴 최초의 대규모 공격이었다. 이전까지 이런 공격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습으로 주요 에너지 시설이 피해를 보면서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전의 운영을 위한 전력 공급도 차단됐다.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긴 건 이번이 6번째다.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기업 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에서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가동 중으로, 디젤유 열흘치가 확보돼 있다고 전했다.
원전 전력 공급은 안전 유지에 필수적이다. 원전 내 냉각 시스템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원자로 과열로 핵연료봉 다발이 녹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하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중대 사고가 생길 수 있다.
국영 전력기업 우크레네르고는 공습에 따른 전력 시설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전기 공급이 제한되고 있으며 3개 지역에선 정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에선 정전으로 인해 열차 15대도 1시간가량 지연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적군은 우크라이나인을 위협하기 위해 81기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보잘것없는 전술로 돌아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민간인을 공포에 떨게 하는 것뿐"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군은 작년 10월부터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의 전력 기반 시설 등을 겨냥해 대규모 폭격을 반복해 왔다. 이는 겨울을 앞두고 열과 빛, 수도 공급을 차단해 대규모 피란민을 발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하지만, 예년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진 데다 서방 각국의 지원이 이어지면서 러시아군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매주 한 차례꼴로 이어지던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은 갈수록 빈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일각에선 러시아군이 미사일을 아끼고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가장 최근 있었던 러시아군의 대규모 폭격은 지난달 16일이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josh@yna.co.kr,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