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장소도 국방부 청사에서 공항으로 변경…시위대 도로 점거 우려
이탈리아 방문 예정 네타냐후 총리, 공항까지 헬기 이동 검토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 일정이 축소됐다.
9일(이하 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정되어 있다.
반정부 시위는 갈수록 참가자가 늘어나고 1주일 전부터는 과격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시위 참가자들이 불법으로 주요 도로를 점거하고,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경찰이 물대포 등 강제해산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의 중동 순방 마지막 일정인 이스라엘 방문도 시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방문 중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등을 만나 이란 핵개발 대응 등 중동 현안을 논의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간 긴장 완화도 시도할 예정이다.
요르단과 이라크, 이집트에 이어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오스틴 장관은 애초 8일 밤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측의 요청으로 텔아비브 도착 일정을 9일 오전으로 바꿨다고 미 국방부 대변인이 밝혔다.
또 회담 장소도 예루살렘의 국방부 청사에서 벤구리온 공항 내에 있는 방산업체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본사로 급히 변경했다.
회담 장소 변경은 시위대의 주요 도로 점거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스라엘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9일을 '저항의 날'로 정한 시위 주최 측은 네타냐후 총리의 이탈리아 방문을 방해하기 위해 벤구리온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등 점거와 행진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주최 측은 온라인상에 구체적인 시위 계획과 행진 경로 등을 게시하고 '다수의 깜짝 이벤트'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공항 이동에 차량 대신 헬기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입법은 이스라엘의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법안이 원안대로 처리되면 여권이 크네세트(의회) 과반 의석을 이용해 사법부의 견제를 무력화할 수 있다.
이스라엘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주요 도시에서 9주 연속 주말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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