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년만에 SNS에 AI 벤처 투자 발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이른바 '분서갱유 비판' 파문으로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접었던 중국 음식배달서비스 플랫폼 메이퇀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왕싱(44)이 SNS를 재개하며 챗GPT 열풍에 가세했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싱은 전날 중국 SNS 위챗에 메이퇀의 공동 창업자 출신인 왕후이원이 최근 설립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투자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가 SNS에 글을 올린 것은 2021년 5월 이후 처음이다. 해당 글의 스크린숏은 중국 소셜미디어와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갔다.
왕싱은 약 2년 만에 침묵을 깨고 올린 글에서 챗GPT 같은 AI 봇에 필요한 거대언어모델(LLM)의 잠재적 생산성에 전율을 느끼며 그것이 세상에 미칠 영향이 궁금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동료이자 최측근이었던 왕후이원이 설립한 스타트업 광녠 즈와이에 투자할 것이라고 알렸다. 다만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SCMP는 "왕싱은 해당 글로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로빈 리·54)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중국판 챗GPT 개발 계획이나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기술 거부 대열에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중국 제2 포털사이트 소거우의 왕샤오촨 CEO는 현지 매체에 자신만의 챗GPT 같은 서비스를 위한 빠른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은 사원들에 보낸 내부 서한에서 "바이두는 중국 AI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가장 잘 대표하고 있으며 이 새로운 트렌드의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리 CEO가 생성형 AI 분야에 대한 바이두의 야심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바이두는 지난달 7일 챗GPT와 유사한 서비스 '어니봇'(Ernie Bot)을 3월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왕싱은 2021년 5월 6일 중국 SNS인 판퍼우에 당나라 시인 장갈이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비판하려고 쓴 한시 '분서갱'(焚書坑)을 올렸다.
28자로 된 이 한시는 "책 태운 연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동쪽 산에서 반란이 일어나니 유방과 항우는 원래부터 책을 읽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이 시는 체제 비판적인 시로 여겨진다. 현지에서는 왕 CEO가 이 한시를 통해 시진핑 국가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더욱이 일당독재 체제로 당국 비판 의견이 크게 제한되는 중국에서 분서갱유는 매우 민감한 단어다.
왕싱은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이를 삭제하고 새 글을 올리며 자신이 올린 한시가 중국 인터넷 업계 내 치열한 경쟁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그는 결국 추후 거의 1만8천개에 달했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당시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던 메이퇀은 그로부터 얼마 뒤 34억4천만 위안(약 6천5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한편, 왕싱이 투자한 광녠 즈와이의 왕후이닝 창업자는 그의 칭화대 동기로 메이퇀에서 10년간 일한 뒤 2020년 말 퇴사했다.
이후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던 그는 지난달 AI 개발에 5천만 달러(약 661억원) 투자를 발표하고 인재 모집에 나섰다.
그는 인터넷에 구인 광고를 내면서 AI가 세계를 바꾼다고 열렬히 믿는 세계 수준 연구개발(R&D) 인재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 피치북에 따르면 광녠 즈와이는 지난달 18일 현재 2억8천만 달러(약 3천7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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