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촉발 언론통제법에 "우리와 무관…미국이 최초 도입"
"노르트스트림 폭발, 국가 지원 없이 불가능…흑해곡물협정 여전히 의문"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러시아가 최근 조지아에서 언론 및 비정부기구(NGO) 규제 법안에 반발해 격화한 시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자국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타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전화회의에서 "조지아는 실제 관계와 무관하게 우리와 이웃 국가"라며 "그곳의 상황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경 안정이 매우 중요하고, 현재 상황 유지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거리 폭동이 일어나고 있음이 명백하다"며 "러시아 시민들은 이들 폭동 지역을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조지아 여당 '조지아의 꿈'이 추진해 국내외 반발을 부른 법안이 러시아에서 시행 중인 법안과 유사하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러시아는 이 법안과 무관하다. 어떤 식으로든 연관되지 않았다"며 "내가 이해한 게 맞는다면 미국이야말로 1930년대 이런 법을 최초로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조지아 여당 '조지아의 꿈'은 최근 외국에서 20% 이상 자금을 지원받는 언론 매체나 NGO 등은 '외국 영향을 받는 대행기관'으로 등록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이는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를 통제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반발을 샀고, 조지아 주재 미국 대사관도 논평을 통해 이번 법안이 러시아가 2012년 제정해 시행 중인 외국대행기관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조지아의 꿈'은 격렬한 시위와 국제적 비판에 밀려 이날 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에서 독일로 향하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건에 친(親)우크라이나 세력이 개입한 것으로 미국 정보당국이 파악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이번 공격이 국가 지원 없이 수행됐다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오직 특수기관만이 이런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자체 시설을 파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가스관 공격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전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흑해 곡물 협정의 연장을 촉구한 데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많다"며 현재로선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러시아 측의 회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전쟁 이후 흑해 봉쇄를 풀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 곡물 및 비료를 수출할 수 있도록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협정 당사국의 반대가 없는 한 오는 18일 자동 연장될 예정이지만, 러시아는 자국산 곡물 및 비료 수출의 걸림돌이 여전히 많다며 이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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