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총리의 이탈리아 출장·미 국방부 장관의 이스라엘 방문 겨냥
주요 도시 행진 시위에 해상 시위도…경찰, 교통흐름 방해 수십명 체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사법부 무력화' 시도를 반대하는 시위대가 해외 출장 예정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방문 예정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마비시켰다.
9일(현지시간)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진입 도로는 시위대 등이 타고 온 차량으로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됐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시위의 상징으로 국기를 단 차량을 일부러 도로 한복판에 세워둔 채 자리를 비우기도 했다.
이날을 '저항의 날'로 지정한 시위 지도부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네타냐후 총리의 이탈리아 로마 출장 일정에 맞춰 공항 인근 도로를 봉쇄하라고 촉구했다.
또 시위대는 중동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이스라엘을 찾는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이날 오후에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공항 도로 봉쇄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 측은 예루살렘에서 공항까지 차량 대신 헬기를 이용해 이동하기로 했으며, 공항에는 시위대 해산용 물대포 등도 배치됐다.
경찰은 공항 인근 도로를 마비시킨 차량 운전자들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한편, 도로에 방치된 차량을 압류하고, 소유주를 체포하겠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실제로 이날 공항으로 향하는 도로 곳곳에서 10여명의 시위 참여자가 경찰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정부가 '사법 정비'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 반대 시위가 9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시위에는 3천여명에 달하는 예비군들도 동참했다.
특히 예비군 시위 참여자 수백명은 예루살렘에 있는 우파 싱크탱크 '코헬렛 포럼'(Kohelet Forum) 건물을 에워싼 채 시위를 벌였다. 코헬렛 포럼은 유대 민족국가 이념을 지향하며 지난 2012년에 창설된 비영리 기구로 사법부 무력화 시도를 적극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건물 출입을 봉쇄한 예비군 10여명을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대가 국기를 든 채 행진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정보기술(IT)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들과 학생 및 학부모들도 동참했다.
키부츠의 농부들도 트랙터 등 농기구를 몰고 거리로 나와 시위에 동참했다.
텔아비브 시위에 참여한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 아담은 '이런 X같은 것을 위해 (여러 전쟁에서) 친구를 잃은 게 아니다'라고 적힌 푯말을 들었다.
그 밖에도 시위대는 중부 도시 하이파 앞바다 등에 소형 선박을 띄워 놓고 해상 교통을 방해하기도 했다.
해군 출신 예비역 군인들이 결성한 시위 그룹인 '더 브라더스 인 암스'(The Brothers in Arms)는 "독재하에서 바다는 봉쇄됐다. 수십년간 우리는 매일 밤낮을 이스라엘의 생명줄을 수호했다. 오늘 우리는 이스라엘 정부의 통제되지 않은 항해를 멈추기 위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이스라엘의 연성헌법인 '기본법'에 반하는 의회의 입법을 대법원이 사법심사를 통해 막지 못하도록 하고,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위원회를 조종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스라엘 야당과 법조계, 시민단체 등은 이를 '사법 쿠데타'로 규정하고 주요 도시에서 9주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