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BBC의 인기 스포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축구 스타 게리 리네커가 나치를 거론하며 정부의 불법 이주민 대응 정책을 비판했다가 경질설에까지 휩싸였다.
BBC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하이라이트 중계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를 진행하는 리네커는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이번 토요일에 평소처럼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엔 집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BBC 징계가 두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날엔 트위터에서 "선택 여지가 없는 불행한 영혼들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리네커는 지난 7일 정부가 불법 이주민에겐 난민 신청을 불허하고 추방한다는 정책을 발표하자 트위터에서 이를 비판하면서 1930년대 나치의 언어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그러자 집권 보수당 인사들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리네커의 발언이 BBC의 공정성 규정에 어긋난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번 정책을 발표한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그런 비유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비극을 축소하며, 개인적으로 남편이 유대인인 자신에겐 불쾌한 일이라고 말했다.
루시 프레이저 문화부 장관은 의회에서 BBC가 시청료를 내는 대중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BBC가 리네커에게 소셜 미디어와 관련한 책임을 상기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리네커를 하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리처드 아이어 전 편집 정책 컨트롤러는 리네커가 BBC 프로그램 진행자로 남을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가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BBC로선 이번 사태가 끝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 하차시키는 것 외에 선택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리시 수낵 총리는 불법 이주민 강경 대응 정책을 지지율을 끌어올릴 계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BBC는 전날 리네커와 BBC의 공정성 지침에 관해 솔직하게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의 불법 이주민 대응책에 반대하는 이들은 리네커는 BBC 정식 직원이 아니고 뉴스나 정치 관련 내용을 다루진 않으므로 공정성과 관련해 같은 지침이 적용되진 않는다고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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