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 "갱단과 몰래 협약?"…부켈레 "당신 아들 이야기 같은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좌파 성향의 남미 콜롬비아 대통령과 중도우파 계열의 중미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상대국 정책과 가족 비위 등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먼저 포문을 연 건 구스타보 페트로(62) 콜롬비아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갱단과의 암약' 의혹을 제기하는 CNN 스페인어판 보도 링크를 게시하며 "정의가 속임수 없이 평화 협정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게 테이블 아래에서 (몰래) 협약하는 것보다 낫다"고 썼다.
앞서 CNN 스페인어판은 미국 뉴욕 검찰을 인용해 "미주 대륙 최대 규모 감옥을 세운 엘살바도르 정부가 살인율 감소 효과를 얻기 위해 더 나은 수용시설을 조건으로 갱단과 협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앞서 지난 1월 말 엘살바도르는 서울 윤중로 둑 안쪽 여의도 면적(290만㎡) 절반을 넘는 부지(165만㎡)에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를 지은 바 있다.
이어 최근에는 한밤중에 반바지만 입힌 폭력배 2천명을 한꺼번에 이감하고서 관련 사진을 공개해 국제사회의 큰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인권 침해'를 지적하기도 했는데,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역시 당시 비판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나이브 부켈레(41)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트윗을 공유하며 "예전엔 (수감자) 비인간적 대우를 비난하더니, 이젠 더 나은 조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그는 "엘살바도르에 대한 당신(페트로)의 집착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당신 아들은 테이블 아래에서 (몰래) 돈 거래 계약을 맺는 사람이 아닌가요? 댁내는 괜찮으신지"라고 꼬집었다.
현재 페트로 대통령 아들인 니콜라스 페트로 부르고스는 금품수수와 마약밀매업자와의 연관성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해당 수사는 페트로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
두 사람은 좌·우파로 분류되는 정치적 성향만큼이나 그간의 행적에서도 닮은 점을 찾기 힘들다.
수도 보고타 시장과 상원의원을 지낸 페트로 대통령은 진중한 스타일의 정치인이다.
좌익 게릴라 단체 출신인 그는 앞서 두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이후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아 결국 콜롬비아의 역사상 첫 좌파 정권을 탄생시켰다.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과 교류를 늘리며 중남미 온건 좌파(핑크 타이드)의 '소리 없는 핵심 축'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반면, 엘살바도르 부켈레 대통령은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으며 스스로 '대중영합주의자'(포퓰리스트) 면모를 숨기지 않는다.
갱단 범죄와 부패 척결을 향한 강한 의지로 민심을 사로잡은 그는 한때 자신의 트위터 프로필에 '엘살바도르의 독재자'라고 써놓을 정도로 중남미 여러 지도자 중에서도 단연 튀는 행보를 보인다.
무장 군경을 대동하고 국회에 들어가거나,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하는 등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끄는 결정을 서슴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의 거의 유일한 공통점은 자기 주요 정책을 트위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중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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