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유 분량의 10% 쏟아부은 셈…우크라군 "어쨌든 성과 필요했을 것"
NYT "킨잘은 상대적으로 빠른 생산 가능…전세엔 큰 영향 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가 그동안 제한적으로 사용하던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무더기로 쏟아부어 우크라이나 각지를 공습하면서 그간 교착 상태인 지상전에서 공중전으로 눈을 돌리려는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지난 9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 대규모 공습을 벌이면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6기를 포함해 미사일 81발, 자폭 드론(무인기) 8대를 동원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한차례 공습에 킨잘 미사일 6발을 발사한 것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킨 이후 가장 많다고 우크라이나군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9일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 81발 가운데 47발이 목표물을 맞혔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몇 달간 가장 높은 명중률이다.
유리 이흐나트 공군 대변인은 러시아가 공급이 제한된 킨잘 미사일의 일부를 사용한 것이 명중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음속의 5배 이상 속도로 날아갈 수 있는 차세대 무기다. 장거리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워낙 속도가 빨라 현재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는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
'단검'이라는 뜻의 킨잘은 전투기에 실려 공중에서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의 도움으로 극초음속으로 비행해 목표물을 타격하는 공대지·공대함 순항 미사일이다.
러시아의 지상 발사 단거리 탄도 미사일 이스칸데르를 개조한 것으로, 방공 레이더를 교란시켜 요격을 어렵게 하는 기능 등 이스칸데르의 특징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흐나트 대변인은 이번 공습 이전에 러시아가 보유한 킨잘 미사일이 50발을 넘지 않는다고 추정하고 있었으며, 우크라이나군에는 킨잘 미사일을 격추할 수 있는 무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러시아는 보유한 킨잘의 10% 이상을 이번 공습 한 번에 써버린 셈이다.
러시아가 첨단 극초음속 미사일을 이번 공습에 대거 동원한 배경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자국군이 러시아의 구형 순항 미사일의 70%를 요격하는 데 성공한 상황에서 명중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킨잘을 동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흐나트 대변인은 "어떤 이유로든 그들은 성과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번 공습이 교착 상태인 지상전에서 공중전 위주로 전환하는 신호일 수 있다.
최근 미국 등 서방국 관계자들은 러시아 지상군이 상당히 고갈된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손실이 덜한 공중전력을 이용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대공습에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을 잇달아 내놓았다.
NYT는 이와 관련해 킨잘이 전통적인 극초음속 미사일과 달리 기존 미사일을 단순 변형한 버전이어서 또 다른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보다 더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중전이 전세를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NYT는 러시아가 공중전보다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하는 포격으로 더 많은 손실을 입혔다면서, 병력·무기 고갈로 지상전이 극심한 교착 상태인 상황에서 공중전만으로는 전황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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