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2030년까지 1경7천조 경제효과…20년 내 모든 기업이 쓸 것"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 최대 검색기업 바이두가 세계적으로 흥행한 인공지능(AI) 챗봇 '챗GPT'에 맞서는 자체 제품을 오는 16일 출시하기 위해 밤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두 관계자들은 챗GPT와 유사한 AI 챗봇 '어니봇'(Ernie Bot) 출시를 일주일 앞두고 기한을 맞추기 위해 수백 명이 밤낮으로 일하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이들은 1월 21∼27일 춘제(春節·설) 휴무도 건너뛰었고, 사내 다른 팀으로부터 인력을 지원받는 것은 물론 미국의 제재로 이제는 추가 수입이 막힌 엔비디아의 고성능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인 A100(코드명 암페어) 등도 동원하고 있다.
어니봇의 AI 모델은 여전히 데이터를 활용한 학습작업을 진행 중이며, 초반에는 영어와 중국어 기능을 모두 담으려다 중국어에 우선 집중하기로 하는 등 제대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호소도 사내에서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바이두는 우선 제한적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테스트를 하는 등 단계적으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WSJ은 바이두가 어니봇 출시를 서두르는 데 대해 비슷한 계획을 내놓은 다른 경쟁업체들에 앞서 중국 내에서 시장을 최초로 선점하기 위한 '계산된 도박'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두는 어니봇을 중국 내 400여 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공급하기로 합의를 맺은 상태다. 이를 통해 바이두는 다양한 상황에서 어니봇 활용 경험을 쌓고 성능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공할 경우 지난 수년간 다른 중국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에 비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졌던 바이두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 대화형 AI '바드' 출시 후 주가가 급락한 구글의 전철을 밟을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은 출시를 앞두고 바이두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챗봇이 검열을 거치지 않은 답을 할 수 있다는 당국의 우려로 중국 주요 기업들이 챗GPT 서비스를 차단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어니봇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에 어떠한 답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이에 따라 바이두와 중국 정부의 관계는 물론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두가 소재한 베이징 관리들은 회사 측에 대해 어니봇 출시 계획을 격려하면서도 중국 법과 규정, 인터넷 검열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바이두는 협력사와 계약을 맺고 답변을 검토·개선하는 작업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이외에 다른 AI 챗봇 개발사들과 마찬가지로 답변의 정확성이나 인간과 유사한 문체 구사 능력 등을 개선하는 것도 숙제이다.
이러한 가운데 챗GPT 흥행에 성공한 미국 스타트업 오픈AI는 개인과 기업 사용자들에게 더 맞춤화된 서비스를 내놓기로 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데이터 분석업체 시밀러앱에 따르면 챗GPT의 지난해 11월 출시 후 누적 방문자 수는 지난 1월까지 6억1천600만 명에서 현재 10억 명으로 급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외부에 판매하고 챗GPT와 같은 히트 앱을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 구축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AI는 또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 코카콜라 등 기업 고객들과 협업해 개별 사이트에서 챗GPT를 훈련하고 답변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오픈AI와의 협업을 통해 자사 데이터를 활용해 챗GPT를 활용한 모델을 만들 수 있고, 이를 통해 데이터 보안 우려를 덜 수 있다고 오픈AI는 밝혔다.
또 개인 사용자들에게 생성형 AI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더 크게 주고 맞춤화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한편 미 상공회의소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AI에 따른 전 세계 경제성장 효과가 13조 달러(약 1경7천조원)에 이르고, 20년 안에 사실상 모든 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AI를 쓰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AI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거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입안자들과 재계에서 AI를 책임감 있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규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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