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습으로 전면 차단됐던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외부 전력이 11시간 만에 복구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0일(현지시간)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어제 오전 자포리자 원전이 외부 전원으로부터 차단된 채 있다가 당일 오후에 11시간 만에 외부 전력선과 다시 연결됐다"고 밝혔다.
단일 원전으로는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 잇따른 포격을 받아 방사성 물질 유출 우려가 고조된 곳이다.
이런 우려에 따라 원전 가동이 일단 중단된 상태이지만 최소한의 안전 기능을 작동하기 위해선 전력이 공급돼야 한다. 그러나 원전 인근에 포격이 끊이지 않아 원전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외부 전력망이 차단되는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러시아군의 대규모 미사일 공습이 벌어진 전날에도 자포리자 원전으로 외부 전력을 공급하던 750kV 전력선이 끊겼다.
이 원전에 상주하며 안전 상황을 체크하고 있는 IAEA 파견 전문가들은 비상 디젤 발전기를 통해 원전에 전원을 공급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전날 오전 5시부터 끊겼던 750kV 전력선은 11시간 만에 복구돼 같은 날 오후 4시부터 다시 원전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원전 작동도 일단 정상화됐다고 IAEA는 설명했다.
자포리자 원전 안전 문제는 국제사회가 주목하는 사안이다.
원전 가동 중 전력이 끊기게 되면 돌이킬 수 없는 초대형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원전 내 냉각 시스템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면 원자로 과열로 핵연료봉 다발이 녹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하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1986년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태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국제사회는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을 담보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이날까지 진행된 IAEA 정기 이사회에서도 우크라이나 원전 안전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논의됐다.
IAEA는 지난해부터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비무장 안전구역으로 설정하자고 제안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러시아·우크라이나와 논의하고 있지만 전황이 격화하고 양국의 원전 운영권 다툼까지 빚어지면서 뚜렷한 진척을 보지는 못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이지만 시설 운영은 우크라이나 국영기업 에네르고 아톰이 맡아왔다. 러시아 측은 이 원전을 국유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번 외부전력 단전 사태는 자포리자 원전이 얼마나 안전에 취약한 상황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면서 "안전구역 설정 등 보안을 위한 협의를 당장 해야 하며 우리는 당사국과 접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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