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꼴' 수낵·마크롱 친밀감 과시…영불해협에 '훈풍' 조짐

입력 2023-03-11 03:34  

'닮은꼴' 수낵·마크롱 친밀감 과시…영불해협에 '훈풍' 조짐
5년 만의 정상회담서 통역사·보좌관 없이 1시간 넘게 단독 회담
'난제' 불법이주 대책 원만히 합의… 껄끄러웠던 존슨·트러스 때와 대조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후 어업권과 불법 이주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다 소원해진 영국과 프랑스가 서로에게 다시 한 걸음 다가섰다.
2018년을 마지막으로 지난 5년간 개최한 적이 없는 영국-프랑스 정상회담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면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장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가 영불 해협을 건너는 불법 이주민들을 단속할 수 있도록 영국이 3년간 재정을 지원하기로 합의하면서 그간 양국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이슈 하나를 일단 매듭지으면서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통역사도, 보좌관도 없이 단둘이서 1시간 넘게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다음날인 11일 열리는 잉글랜드와 프랑스의 '식스 네이션스 챔피언십' 럭비 경기를 앞두고 각자의 서명을 남긴 유니폼도 교환했다.



수낵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끝나고 개최한 기자회견에서도 포옹하거나, 어깨를 다독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수낵 총리는 발언을 시작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을 "에마뉘엘"이라고 이름으로만 불렀고, 그를 바라보며 프랑스어로 "고맙다, 나의 친구"라고도 말했다.
나란히 서 있던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를 함께 묶는 역사가 있다"며 "이 순간은 아주 명백한 관계 회복의 순간, 다시 결합하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수낵 총리 역시 지난 몇 년 사이 영국과 프랑스 관계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지금 우리가 이 관계의 새로운 장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 보수당 정부를 이끌며 영국의 EU 탈퇴를 이끌었던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불법 이주 문제를 두고 공개적인 설전도 서슴지 않았다.
그 뒤를 이어받은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총리직을 두고 수낵 총리와 경쟁할 때 마크롱 대통령이 영국의 친구인지 적인지 모르겠다고 표현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들었던 두 전임자와 달리 수낵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을 "훌륭한 친구"라고 부르며 프랑스와 협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수낵 총리는 런던에서 파리로 향하는 열차에서 "과거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앞을 보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트러스 전 총리가 임기를 두 달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고 지난해 10월 그 자리를 꿰찬 수낵 총리는 마크롱 대통령과 공통점이 많은 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45세, 수낵 총리는 42세로 비슷한 연배이고 두 사람 모두 투자 은행가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국가 정상이 됐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앨리스 빌론 갈란드 연구원은 양국 정상이 유사한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AFP에 "두 사람은 비슷한 배경과 세대라는 점은 전 세계에서 각국의 역할을 보는 관점에 영향을 미친다"며 "양측 모두 이 관계가 성공하길 바란다"고 분석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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