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꺾이고 서비스업도 둔화…수출 빈자리 채우던 내수 '흔들'
섣부른 내수 부양 땐 물가 꿈틀댈 수도…외국인 관광 유치 등 검토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곽민서 기자 = 한국 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이 식은 사이 경기를 일부 떠받치던 내수마저 흔들리자 정부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급격한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인데, 여전히 높은 수준인 물가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스마트 대책'을 마련해야 해 정부의 고심이 깊다.
1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 관광·서비스업 등 내수 소비를 촉진할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의 대책 마련 배경은 불안한 내수 동향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발표한 경제동향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 "수출이 위축된 가운데 내수도 둔화하면서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국민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소매판매가 부진해지고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도 약화하는 모습이다.
1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1% 감소해 석 달 연속 감소했으며, 서비스업 생산은 0.1% 늘어 간신히 '플러스'만 유지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물가 고금리 과점체제 부작용으로 서민이 많이 어렵다"며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범경제부처가 협의해 내수 활성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내수 활성화 대책이 물가 안정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정부는 대책 내용과 관련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5%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물가 상승률은 2월 4.8%로 10개월 만에 5% 아래로 내려갔다.
기저효과 등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 둔화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물가 상황 자체가 눈에 띄게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 인상 여파가 계속되고 있고, 가공식품 가격 상승률은 두 자릿수대다. 외식물가 상승률도 7%대를 기록 중이다.
중국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들썩이는 분위기가 있어 불확실성은 더욱 크다.
정부도 아직 물가 안정을 경제정책 최우선 순위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주한 미국기업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당분간 물가 안정 기조를 확고히 하는 데 최우선 중점을 두고, 물가 안정 추세가 공고해지면 경기 회복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며 정부의 '물가 우선'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중한 설계 없이 소비 촉진 대책을 내놓으면 일부 진정세를 보이는 물가에 다시 기름을 부을 수 있다.
과거 내수 활성화 대책으로 주로 쓰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지원금 지급, 대대적 소비쿠폰 발행 등 돈을 푸는 정책은 지금 상황에서는 물가를 크게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지표상 소비는 좋아지더라도 고물가에 서민 등 취약계층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 '최악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고려해 물가 자극을 피하는 방식의 내수 활성화 방안을 찾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전통시장 등 취약 부분 소비를 집중해 키우거나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특히 정부는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뚝 끊긴 외국인 방한 관광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월간 150만명을 넘나들던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020∼2021년 10만명 아래로 줄었다.
작년 4월부터 관광객 수가 서서히 늘고 있지만, 올해 1월에도 40만명대로 코로나19 이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특히 2019년 월간 50만명 안팎이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올해 1월 2만5천명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한 상태다.
정부는 유커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을 다시 적극적으로 유치하면 국내 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않고도 내수를 진작하고 서비스 수지 적자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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