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퇴임하는 구로다 총재 정책 분석…"주가 올랐지만 임금 제자리"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일본 경제의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됐다는 의미에서 금융 완화는 성공이었다. 다만 장기적인 잠재 성장률을 결정하는 것은 생산 가능 인구와 기술 진보율이다. 이는 금융정책보다 더 구조적인 문제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을 지난 10년간 이끈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전날 자신이 주재한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집권한 직후인 2013년 3월 취임한 그는 2018년 연임하면서 역대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로 역사에 남게 됐다.
구로다 총재는 10년 전 취임 일성으로 '디플레이션 탈피'를 선언하고 "연간 물가 상승률을 2%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2년 안에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금융시장에 대량의 자금을 투입하는 대규모 금융완화를 시행했다. 금융완화는 아베 전 총리의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한 축이기도 했다.
구로다 총재는 공언한 대로 재임 기간에 집요하게 대규모 금융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을 펼쳤고, 총재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의 결정이 타당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다만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2% 물가 상승이라는 목표를 실현하지 못한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닛케이는 '구로다 체제'가 기록적인 엔화 가치 상승을 끝내고 주가를 올리는 등 일정한 효과를 거뒀지만, 호황의 결실은 대기업에만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225)는 구로다 총재가 취임한 2013년 3월 12,397에서 전날 28,143으로 대폭 상승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도 달러당 94엔대에서 136엔대로 올라 기업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게 됐다.
아울러 실업률은 2012년 4.3%에서 지난해 2.6%로 감소했고, 상장 기업의 순이익도 10년간 8조5천억 엔(약 83조원)에서 34조 엔(약 334조원)으로 뛰어올랐다.
하지만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22조6천억 엔(약 5천130조원)에서 546조7천억 엔(약 5천367조원)으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또 일본은행이 보유한 국채 비율은 11.5%에서 53.8%로 5배 가까이 급증했다.
물가를 고려한 실질임금지수는 2012년도에 105.9이었으나, 2021년도에는 100.6으로 오히려 약간 떨어졌다.
닛케이는 "엔화 가치 하락과 주가 상승 등으로 '아베노믹스 경기'라고 불리는 전후 두 번째 긴 호황이 실현된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임금 인상 없는 성장으로 개인 소비가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경제 성장률은 1% 정도로 낮고, 대기업의 부가 중소기업과 가계에 확산하는 트리클다운(낙수)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금융완화를 위해 국채를 과도하게 매입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는 "국채 거래량 감소와 금리 왜곡 등으로 시장 기능이 저하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장을 위한 개혁 조치는 정체되고 경제의 신진대사도 둔화했다"며 "금융완화만으로 성장을 실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짚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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