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진하이솔루스 CEO "수소 위험하지 않아…초고압 탱크 경쟁력"

입력 2023-03-13 07:01  

[인터뷰] 일진하이솔루스 CEO "수소 위험하지 않아…초고압 탱크 경쟁력"
탄소섬유 감아 안전성 높인 '타입4' 수소탱크 현대차에 독점 납품
양성모 대표 "BMW와도 프로젝트…기후변화 대응 수소경제에 보람"


(완주=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현재 10만대가 넘는 일진하이솔루스[271940]의 수소연료탱크가 세계 곳곳을 달리고 있습니다. 기술과 양산에서 타사가 따라올 수 없는 경험과 노하우를 갖췄습니다"
지난 8일 전북 완주 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에 있는 일진하이솔루스 R&D센터에서 만난 양성모(59)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양 대표의 말투는 부드러우면서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자신감의 근원은 기술력이다.

◇ 현대차[005380]에 타입4 연료탱크 납품…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연료저장 솔루션 전문기업이다.
양 대표는 일진하이솔루스의 경쟁력으로 초고압 용기 설계 기술을 꼽았다.
친환경 에너지로 주목받는 수소는 일상 환경에서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밀도가 낮아 저장이나 운송이 쉽지 않다.
또 수소연료탱크의 성능은 수소차의 성능과도 직결된다.
얼마나 많은 수소를 담을 수 있느냐가 주행거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많은 양의 수소를 담기 위해서는 압력을 가해 부피를 줄여야만 하는데, 수소차의 특성상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탱크가 필요하다.
일진하이솔루스가 제시하는 수소 저장 솔루션은 '타입4' 연료탱크다.
타입4는 플라스틱 같은 비금속 재료로 라이너(내부 용기)를 만들고 이를 탄소섬유로 감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현재 가장 발전된 형태의 기술로 평가된다.
전 세계에서 타입4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일진하이솔루스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뿐이다.


특히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탱크는 700바(bar)의 고압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1㎡ 면적에 100㎏의 건장한 성인 7명이 서 있는 압력을 견디는 수준이다.
양 대표는 특히 "라이너와 밸브를 연결하는 노즐 접합부에서 수소가 새지 않도록 하는 기술, 탄소섬유로 라이너를 감는 패턴 등에 대한 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탄소섬유는 철과 비교할 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에 달하는 신소재로, 탄소섬유를 감는 패턴에 따라 탄소섬유 사용량과 강도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또 경제성만큼이나 중요한 게 안전성이다.
일진하이솔루스 R&D 센터에서는 고압 반복 충전은 물론 외부 충격과 화염, 극저온 등 극한의 상황을 견딜 수 있는지 점검하기 위한 다양한 시험이 진행된다.
까다로운 안전성 테스트를 거친 타입4 연료탱크는 현대자동차에 독점 납품되고 있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수소자동차 넥쏘에는 1개당 2.1㎏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연료탱크가 3개 들어간다. 한번 충전 후 주행거리는 600㎞가량이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양 대표는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저장용기는 차량 외에도 선박, 기차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특히 수소튜브 트레일러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수소튜브 트레일러는 수소를 생산지에서 압축·저장 후 충전소로 운송·공급하는 장비로, 수소 물류의 동맥 역할을 한다.
일진하이솔루스가 선보인 타입4 수소튜브 트레일러의 1회 수소 운송량은 500㎏으로 기존 제품의 1.67배에 달한다.

◇ "수소차 인프라 확충 필요…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협력도"
다만 일진하이솔루스의 지난해 실적은 부진했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약 67% 급감한 32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1천90억원으로 전년보다 7.3% 감소했다.
탄소섬유 가격이 급등하며 수소사업부의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 환경부 매연저감장치 보조금 예산이 감소하면서 노후화된 디젤 차량을 개조하는 환경사업부의 수익성도 나빠졌다.
하지만 수소경제의 시장 전망은 밝다고 한다.
양 대표는 일진하이솔루스가 참여하고 있는 수소저장용기 시장 규모가 현재 1조원에서 2025년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2030년에는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양 대표는 충전 인프라 확충 등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언도 빼놓지 않았다.
현재 전국의 일반 주유소는 1만2천여개에 달하지만 수소충전소는 130여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민관이 힘을 모아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수소가 위험하다는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R&D 단계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단순히 수소차 구매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수소차 생태계가 고도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진하이솔루스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2021년 정부의 글로벌 수요연계형 공동 R&D 과제에 선정돼 BMW와 함께 압축수소 저장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양 대표는 "2024년까지 BMW와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해당 프로젝트가 실제 제품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양 대표는 또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수소 사업에 근무하게 돼 보람과 함께 의무감을 느낀다"며 "수소 저장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고 수소경제 활성화를 앞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일진하이솔루스에 합류한 그는 볼보그룹 코리아 대표이사와 볼보건설기계 글로벌 생산 전략 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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