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재조정 불가피할 듯… 과기부 "아직 연기 등 전달받은 바 없어"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유럽 '베가C'를 대체 발사체로 구해 연내 발사할 계획이던 다목적 실용위성(아리랑위성) 6호의 발사 일정이 또다시 내년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12일 과학계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2월 발사 도중 폭발한 유럽 아리안스페이스의 중형 발사체 '베가C' 조사 결과 엔진 부품이 온도를 견디지 못하는 결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SA는 부품을 교환하고 엔진을 다시 시험하기로 하면서 베가C의 차기 발사 일정을 최소 올해 연말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베가C로 발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위성들의 발사 일정 재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아리안스페이스는 베가C를 지난해 출시하며 매년 4회가량 베가C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올해는 계획대로 베가C를 운용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베가C로 우주에 오를 예정이던 아리랑 6호와 아리랑 7호의 발사 일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생긴 제제로 러시아 발사체 이용이 불가능해지자 대체 발사체로 국제입찰을 통해 베가C를 선정했다.
지난달에는 4분기 중에 베가C로 아리랑 6호를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ESA의 이번 발표로 계획한 시점에 발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럽의 위성 발사 일정이 줄줄이 밀려 있는 만큼 아리랑 6호에 유리하게 일정을 조정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럽은 아리안스페이스가 대형 발사체 '아리안-5'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러시아 발사체를 이용하지 못하면서 발사해야 할 위성이 쌓이는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차세대 발사체인 '아리안-6'은 일러야 연말에나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기정통부는 아직 아리안스페이스로부터 일정 연기 등에 대해 전달받은 바는 없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ESA가 엄밀한 검증을 내세웠는데 최종 결과에 따라 아리안스페이스에서 쏘려고 하는 모든 위성의 일정이 다 조정될 수 있다"며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재해 관측용 인공위성인 아리랑 6호는 애초 2019년 8월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합성영상레이더(SAR)의 개발·납품 지연 등으로 그동안 일정이 미뤄져 왔다. 이후 러시아에서 지난해 2분기 중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전쟁으로 또다시 일정이 미뤄졌는데, 이번에 일정이 또다시 연기된다면 발사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5년 가까이 밀리게 된다.
이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아리랑 위성들의 교체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며 적기 교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위성분야 산업이 활발해지지만 사실상 유럽과 미국 스페이스X 외에는 발사체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전 세계 곳곳에서 발사체를 구하지 못해 우주 임무가 정체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베가C가 발사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사체로 선정한 것도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가 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자체 발사체를 보유하지 않으면 이런 문제에 계속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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