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 성숙하고 세수 줄자 보조금 낮추고 세제혜택 폐지
국내 완성차업계에도 여파 미칠 듯…"비용절감 부담 생길 것"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친환경차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전기차 보조금 혜택 축소 이후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3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독일의 지난 1월 전기차 판매량은 1만8천136대로 전년 동월보다 13.2% 감소했다. 스웨덴(4천202대)은 같은 기간 대비 18.5% 줄었고 노르웨이(1천237대)는 81.4% 줄어 감소폭이 컸다.
1월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이 9만3천351대로 전년보다 13.9% 증가한 상황에서 이들 3개국 판매량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은 전기차 보조금 등 정부 지원 축소·폐지 영향으로 해석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전기차 보급이 일정 수준 이상의 궤도에 오른 만큼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유도하고자 계속 재정을 투입할 단계는 지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작년까지 4만유로(약 5천600만원) 미만 전기차 구매자에게 최대 6천유로(약 84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했으나 올해 4천500유로(약 630만원)로 줄였다. 4만~6만5천유로(약 9천100만원) 전기차 보조금은 3천유로(약 420만원)로 감소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구매 보조금은 폐지됐다.
이어 내년에는 보조금 지급 상한선을 4만5천유로(약 6천300만원) 미만 전기차로 낮추는 등 지원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2026년부터는 보조금 제도를 폐지할 예정이다.
앞서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은 작년 7월 전기차 보조금 점진적 폐지 내용을 골자로 한 기후행동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전기차가 점차 대중화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정부의 보조금 등이 불필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기차의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한 전동화 전환 선도국 노르웨이도 세액공제 등 구매 혜택을 줄이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노르웨이 정부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붙는 25%의 부가가치세(VAT)와 차량 무게 기준으로 매기는 중량세를 전기차에 대해서는 면제했으나 올해부터는 중량세를 징수한다. 판매가 50만크로네(약 6천200만원)를 넘는 전기차 구매자에게는 VAT도 부과한다.
노르웨이 정부가 전기차 과세를 시작한 것은 보급률이 충분히 높은 데다 세수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재무부에 따르면 전기차에 대한 각종 공제로 지난해에만 37억유로(약 5조2천억원)의 세수 감소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스웨덴도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5만크로네(약 616만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최대 1만크로네(약 123만원)를 지원했으나 지난해 11월8일 이후 주문한 전기차부터 폐지했다. 전기차 구매·운용 비용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내려가 이제는 국가 보조금을 지급할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였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 축소 움직임이 확대될 경우 유럽에 진출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보조금은 전기차 구매 비용을 내연기관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데 중요한 요소"라며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수요를 계속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하려면 배터리 등 차량 생산과 관련된 다른 비용을 줄여야 해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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