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서 약 70만명이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불법 이민을 시도할 것이라는 정보당국 보고서에 이탈리아 정부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12일(현지시간) 정보당국 주간 보고서를 입수해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오려는 불법 이민자가 68만5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이탈리아에 상륙한 전체 불법 이민자 10만4천명의 약 7배 규모다.
최근 불법 이민 물결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올해 들어 중동,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불법 이민자 1만7천592명이 바다를 건너 이탈리아 땅에 발을 디뎠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5천976명과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최근 24시간 동안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상륙한 이민자는 998명에 달했다. 또한 최근 이탈리아 해상을 표류하는 이민 보트 3척에서 약 1천300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최근의 불법 이민 물결은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진짜 문제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안토니오 타야니 외무장관은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상황이 우려스럽다. 유럽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탈리아 정부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야니 외무장관은 최근 EU 장관 회의에서 정보당국 보고서에 나온 수치를 언급하며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는 아프리카 북부 해안선을 마주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럽행 아프리카 이주민의 '관문' 역할을 해왔다.
아프리카 이주민들은 통상 리비아나 튀니지를 기항지로 삼고 낡은 보트에 의지해 위험한 항해에 나선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1월 말 타야니 외무장관, 마테오 피안테도시 내무장관과 함께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공식 방문해 압둘하미드 드베이바 리비아 임시 총리와 불법 이민 문제를 논의했다.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정부의 주요 목표로 삼은 멜로니 총리는 드베이바 총리에게 출항 단속을 요청했지만, 아직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멜로니 총리는 EU가 나서 불법 이민자 수출국인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를 직접 압박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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