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일현 中정법대 교수 양회 결과 분석 "시 주석 1인 체제 강화"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국가주석)-리창(총리)' 체제를 출범시키며 13일 폐막하는 올해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미국이 주도하는 현재의 국제질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국제사회에 다시 한번 각인시킨 의미가 있었다고 중국 전문가가 평가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양회 기간인 지난 7일 있었던 친강 외교부장(국무위원 겸임)의 취임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 주목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친 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행사의 일환으로 중국의 외교정책 기조를 천명한 그 회견에서 "만약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중략) 필연적으로 충돌과 대항에 빠져들 것"이라며 직설 화법으로 미국에 경고했다.
또 중러 간의 무역에서 달러화와 유로화 사용을 배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사용하기 쉽고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화폐를 사용하면 된다. 국제통화가 독자 제재에 쓰는 비장의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었다.
문 교수는 친 부장의 이들 발언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강경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중러 간 거래를 포함한 국제 교역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림으로써 미국의 지정학적 패권뿐 아니라 달러 패권에도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뿐 아니라 양회 기간 중국이 자국의 주요 석유 도입처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대표를 불러 두 나라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한 것에도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목표가 내포된 것으로 문 교수는 해석했다.
문 교수는 "사우디-이란 관계를 중재하면서 중국이 중동에도 손을 뻗쳤는데, 앞으로 자국과 중동 국가들과의 석유·가스 거래 대금을 위안화로 결제하도록 함으로써 국제 결제 화폐에서 달러 패권을 약화하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이루려는 의지가 읽혔다"고 말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향후 3∼5년간 중점적으로 추진할 협력 사안을 거론하며 "석유 및 가스 무역에 대해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교수는 또 친강 외교부장이 올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을 중국으로 불러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대외 영향력 확대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세력권인데, 중앙아 국가들의 정상을 중국으로 불러서 정상회의를 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과거와 같은 국제적 지위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중앙아시아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올해 양회에서 리창 총리와 딩쉐샹·허리펑 부총리 등 국무원 수뇌부에 시 주석 최측근 인사가 배치되고, 중앙 과학기술위원회 신설(예정)을 통해 과학기술 분야까지 당의 직속 관할에 두는 당정 기구 개편이 이뤄지게 된 데 대해 "당의 절대적 지도체제를 확보하는 동시에 권력 집중을 통해 (시진핑 주석) '1인 체제'를 대폭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이번 양회를 통해 경제가 자신 집권 3기의 최대 과제임을 확인시키는 한편, 과학기술에 방점을 찍었다고 문 교수는 평가했다.
문 교수는 "과거 경제 등 일정 영역을 총리가 주관했던 체제에서 벗어나 이제 당 총서기(시진핑)가 모든 것을 관할하는 체제로 바뀌어 가는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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