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정부 "배후에 러시아"

입력 2023-03-13 09:25  

몰도바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정부 "배후에 러시아"
시위대 수천명, 물가상승·친서방 정책에 항의…수십명 구금
美 "러, '친러 정부' 수립 목표로 몰도바서 반정부 시위 조작"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유럽 최빈국 몰도바에서 12일(현지시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펼쳐졌다.
경찰은 몰도바의 체제 불안정을 꾀하는 러시아가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지목하고 친러 활동가들을 포함해 수십 명을 체포했다.
AP, 로이터, dpa 통신에 따르면 이날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 거리로 시위대 약 4천500명이 몰려나와 물가상승에 따른 생활고와 정부의 친서방 정책에 항의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우리는 민중이다'(We are the people)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벌인 시위대는 급등한 생활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겨울철 가스비를 대신 내줄 것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또한 이웃나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벌이는 전쟁에 몰도바를 끌어들이지 말라며 친서방 노선을 걷고 있는 마이아 산두 대통령의 퇴진도 요구했다.
산두 대통령은 2020년 집권 이래 전 정권의 친러시아 정책에서 선회해 유럽연합(EU) 등 서방과 관계 개선을 추진해 왔다.


몰도바 정부는 이날 시위의 배후에 몰도바의 안정을 해치려는 러시아가 있다고 비난하면서, 시위대의 정부 청사 접근을 차단하는 한편 금지 물품 소지 등 공공질서 위반 혐의로 시위 가담자 50여 명을 체포하는 등 강경히 대응했다.
안드레이 스피누 몰도바 부총리 겸 인프라부 장관은 "오늘 집회는 시위가 아니라 몰도바의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러시아의 또 다른 시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몰도바 경찰청장 체르너우체아누는 시위대 모집을 위해 현금이 살포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잡입 작전을 통해 일부 러시아 국민이 포함된 그룹이 1만달러를 받기로 하고 시위에서 큰 소요사태를 만들려 한 사실을 포착해 이에 연루된 7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 함께 키시너우 국제공항을 비롯한 4곳에서 폭발물 협박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날 몰도바 국경경찰은 지난주 182명의 외국인에 대한 몰도바 입국이 거부됐다며, 이들 가운데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고 있는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와그너그룹 관계자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했다.
앞서 산두 대통령도 지난 달 러시아가 자국에 공작원을 침입시켜 정부 전복을 시도하려 한다고 규탄하며, 부패 스캔들에 휘말려 해외 도피 중인 자국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일란 쇼르 등을 동조자로 지목한 바 있다.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쇼르는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야당 쇼르당의 대표로, 러시아의 이익을 위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미국 백악관 역시 지난 10일 몰도바에서 친서방 정부에 대한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러시아가 배후라고 밝혔다.

야당 쇼르당의 마리나 타우버 부대표는 이날 시위를 경찰이 폭력적으로 진압했다고 주장하고 "산두를 지지하는 몰도바의 서방 파트너들은 왜 자신들의 요구를 표현하는 몰도바 민중이 정부의 외면을 받는 것에 눈을 감고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공급하던 값싼 가스 등 에너지 공급이 차단되고 경제난이 깊어지면서 몰도바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상대국이 몰도바 침공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몰도바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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