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료 남용, '인마겟돈' 부를 것"…자원고갈·기후변화 경고

입력 2023-03-13 10:53  

"인비료 남용, '인마겟돈' 부를 것"…자원고갈·기후변화 경고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인(Phosphorus·원소기호 P)이 포함된 비료 남용으로 지구의 인 매장량이 고갈되는 재앙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경고가 과학계에서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또 토양에서 씻겨 내려간 인비료가 강이나 호수, 바다로 버려진 쓰레기와 함께 수중생물인 조류를 증식시키고, 이로 인한 녹조·적조 발생으로 물속에 산소가 부족한 '데드존'이 만들어져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바이칼호와 아프리카의 빅토리아호, 북미의 이리호 등 세계 최대의 담수 호수들도 이미 이런 영향을 받고 있다.
이리호는 최근 몇 년 새 조류가 증가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이 마시는 식수에서 독성 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또한 인비료 남용은 조류가 죽을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 방출량을 증가시키고, 이에 따라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짙어지면서 지구 온도 상승과 기후변화 위기 심화로 이어진다.
영국 랭커스터대 필 헤이거스 교수는 "우리는 전환점에 서 있다"며 "더 현명하게 인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인마겟돈'(phosphogeddon)이라는 재앙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의 과거와 미래' 공동저자인 그는 "인은 지상에서처럼 바다에서도 식물을 키운다"며 "그로 인해 강과 호수, 바다에서 재앙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1669년 독일 연금술사 헤닝 브란트가 자신의 소변에서 처음 발견, 분리에 성공한 인은 동식물의 생명 활동에 필수 불가결한 원소다.
무기화합물인 인산칼슘은 인간의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주요 물질이며, 인산은 당과 결합해 생물 유전체 디옥시리보핵산(DNA)의 뼈대를 구성하기도 한다.

영국 브리스톨대학의 페니 존스 교수는 "간단히 말해 인이 없으면 지구상의 생명도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곡식 생장을 돕는 효과가 있는 인은 매년 약 5천만톤의 비료로 팔려나가 80억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인을 추출하는 인광석은 모로코와 아프리카 서부 사하라 지역에 가장 많이 묻혀 있고, 중국과 알제리가 그 뒤를 잇는다.
반면 미국의 인광석 매장량은 기존의 1% 수준까지 바닥난 상태이고, 영국은 인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존스 교수는 "원래 인광석 매장량이 다른 광물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데다, 비료 생산을 위해 많이 채굴해 점차 고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인 매장량이 줄어들면서 수년 내로 인 공급량이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부터는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각국이 식량 생산을 위해 비료 쟁탈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또 일부 카르텔이 인 시장을 장악, 1970년대 석유 파동 때처럼 서방국들이 높은 가격을 주고 인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공상과학(SF)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이에 대해 "지구상의 생명 증식은 인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되다 갑자기 멈출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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