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집단지도체제 허물기…"총리는 '사무장'"

입력 2023-03-13 10:49  

시진핑의 집단지도체제 허물기…"총리는 '사무장'"
덩샤오핑 개혁개방 시대 종료…공산당의 국가 장악력 증대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를 완전히 허물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의 문을 닫았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보도했다.
이날 폐막하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시 주석의 이 같은 정치적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는 것이다.

절대권력을 쥐고 대약진운동·문화대혁명이라는 대참사를 초래했던 마오쩌둥을 반면교사 삼아 개혁개방에 바탕을 둔 덩샤오핑의 집단지도체제가 장쩌민·후진타오 시절 정착됐다가 시진핑의 '역주행'으로 다시 '1인체제'가 됐다는 얘기다.
WSJ은 "덩샤오핑이 1인 통치에서 벗어나려고 집단지도체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을 활성화하고 당과 국가를 분리했다면 시진핑은 그와는 반대로 갔다"고 짚었다.
시 주석은 앞선 집권 10년 동안 공산당의 국가 장악을 복원했고 '3연임 불가'라는 공산당 내 암묵적인 룰을 깨고 장기 집권을 감행했으며,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주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을 받고 있어 보인다.
이 신문은 특히 이번 양회에서 국무원에 국가데이터국과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을 신설한 것과 과학기술부의 역할 강화, 이들 기관을 지도·통제하는 공산당 산하 금융·정보·과학기술 분야 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경제사령탑의 주체가 국무원에서 당으로 넘어가게 되며, 결국 시 주석으로 모든 권력이 수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움직임은 가난하고 폐쇄됐던 중국을 세계 주요2개국(G2)로 키워낸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WSJ은 짚었다.
신문은 "공산당과 국가의 분리는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주장의 핵심인데 시진핑은 둘의 분리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총리 권한 줄이기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자율성 축소에서 시 주석의 역주행이 분명했다고 진단했다.
우선 이번에 물러난 리커창 전 총리는 시 주석의 견제로 개혁개방 시기의 주룽지·원자바오 등 이전 총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었고, 새로 취임한 리창 총리는 '군신 관계'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집단지도체제에서 총리는 권력서열 2위로, 적어도 경제 분야의 최고지도자로 불렸다. 그러나 일각에선 시 주석 집권기에 총리 역할이 급격하게 축소됐고, 이젠 "사무장(office manager)"에 비유될 정도가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WSJ은 중국의 개혁개방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민은행의 자율성은 앞으로는 찾아보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후진타오 주석 집권기의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인민은행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역 연준 은행을 본뜬 조직으로 만들려고 했으나, 시 주석 집권으로 이는 '없던 일'이 됐다고 덧붙였다.
WSJ은 작년 10월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와 이번 양회 기간에 당과 국무원에 과감한 세대교체가 이뤄진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면서, 이는 미국 주도의 서방과의 긴장 관계 장기화에 맞서려는 의도로 분석했다.
신문은 이어 시진핑 집권 10년간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6.3%로 이전 30년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전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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