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HSBC가 13일(현지시간) '백기사'로 등장해서 파산 예정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 영국법인을 상징적인 금액인 1파운드(1천574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HSBC 노엘 퀸 CEO는 성명에서 "이번 인수는 영국 사업에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HSBC가 SVB 영국법인을 인수하면서 IT와 생명과학 분야 스타트업 등 거래 기업들의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미국 SVB 파산으로 SVB 영국법인도 파산이 예고되면서 자금을 예치해놨던 스타트업들은 당장 월급 줄 돈도 날아갈 처지가 됐다.
이들은 단체로 도산할 위기에 몰렸다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영국 정부는 이들 기업에 비상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BBC는 SVB 영국법인이 파산했으면 영국 스타트업의 30∼40%가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서 전했다.
퀸 CEO는 이날 성명에서 SVB 영국법인 고객들의 예금은 안전하며 은행 거래도 평소처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HSBC는 10일 기준으로 SVB 영국법인의 고객 기업은 약 3천곳, 대출은 55억파운드, 예금은 67억파운드라고 말했다. 상당수 기업은 SVB 영국법인에만 계좌가 있다.
직원 40명 규모 IT기업인 유니버설 콴텀의 세바스천 와이트 CEO는 BBC 인터뷰에서 "크게 안도했다"며 "지난 2∼3일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자금을 모두 SVB 영국법인에 예치해놨다.
미국 방문 중인 리시 수낵 총리와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 앤드루 베일리 잉글랜드은행(BOE) 총재, HSBC 임원진 등이 월요일 아침 금융시장 개장 전에 해법을 찾기 위해 밤새 긴박하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헌트 장관은 이번 매각에 관해 영국 IT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헌트 장관은 기자들에게 "중요한 전략 기업 일부가 사라질 뻔했다"며 "우린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었고 이 매각이 성사되지 않았다면 다른 해법을 준비해놨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SVB 사태가 영국의 금융 체계에 위험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BOE도 "영국 은행 중에 이번 사태로 직접적,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곳은 없다"며 "전체 영국 금융 시스템은 안전하고 건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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