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이륙해 미 서부 가면서 방향 돌려…"민감성 때문인 듯"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회의 참석차 미국으로 가면서 중국 영공을 멀리 에둘러 갔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앨버니지 총리가 탄 호주 공군기 KC-30A는 12일 인도에서 이륙할 때 통상 중국 영공을 경유하는 상업 비행로를 크게 벗어나 미국 서부 샌디에이고를 향해 날아갔다. 앞서 인도에서 앨버니지 총리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안보 회담을 가졌다.
KC-30A기는 당시 일본 남쪽으로 우회해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호주가 중국 영공을 피한 것은 오커스 회담의 민감성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미국과 영국은 호주에 핵추진 잠수함 선단 제공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핵잠수함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사활동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중국은 호주가 핵잠수함을 획득하는 계획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다. 사흘 전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핵잠수함 제공의 근거가 되는 오커스 방위 동맹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비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평화와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호주 군용기는 과거 중국으로 비행한 적이 있긴 하다. 호주 총리가 2014년, 2016년 방중할 당시와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갔을 때였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오커스 회의 참석차 가는 비행길과 관련, 중국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오커스행 항공편이 투명성을 보여주려다 상업용 항공편처럼 추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버니지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13일 당초 예상보다 빨리 2030년 초 호주에 핵잠수함 3척을 공급하는 내용의 세부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중국의 해군력 증강에 대응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앨버니지 총리와 수낵 총리는 이미 전날 회동해 한 해산물 식당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 자리에서 양 정상은 프랑스산 생수를 마시는 역설적 상황을 보여줬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앞서 프랑스가 핵잠수함 공급에 관한 오커스 타결에서 배제돼 '물 먹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분통을 터뜨렸다는 점에서 '공교로운' 우연이 됐다는 것이다.
앨버니즈 총리는 이 자리에서 "오커스는 어려운 작업이나 3국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2021년 결성된 오커스는 사실상 대(對) 중국 안보협의체이다.
이 자리를 떠나면서 수낵 총리는 영국이 향후 2년간 30억파운드(약 4조7천억원) 국방지출을 증액해 오커스 잠수함 프로그램 차기 단계 등에 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호주는 잠수함을 함께 건조하고 상호운영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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