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작년 금리인상에도 채권 위험회피 외면했다가 파산

입력 2023-03-14 11:42   수정 2023-03-14 11:44

美 SVB, 작년 금리인상에도 채권 위험회피 외면했다가 파산
헤지한 채권 불과 2%…금리 상승에 채권가격 급락 손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SVB)이 지난해 보유한 미 국채 등 채권의 금리 인상에 대한 위험회피(헤지)를 사실상 손 놓은 것이 파산의 원인이 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했지만, SVB이 기본적인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 손실을 고스란히 맞았다는 것이다.
WSJ는 "2021년 4월 대니얼 벡 SVB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매도가능증권인 100억 달러(약 13조300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 헤지했다고 자랑했다"며 "그러면서 추가 금리 인상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2022년 중반, 이 은행은 투자자들에게 금리가 다시 하락할 경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금리 하락 민감도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전략을 뒤집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대규모 채권 포트폴리오에 대한 금리 헤지가 사실상 없다고 보고했다"며 "연말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140억 달러(18조2천억 원) 이상의 증권에 대한 헤지가 종료됐거나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매도가능증권 260억 달러(약 33조9천억원) 중 5억6천300만 달러(약 7천334억원)만 금리 인상에 대해 헤지를 했다"며 "이는 전년 153억 달러(약 19조9천억원)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짚었다.
연준이 지난해 기준금리를 총 4.0%포인트 끌어올리는 초고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SVB는 오히려 금리 인하에 대비한다며 금리 인상에 대한 헤지를 전체 매도가능증권의 2% 수준으로 크게 줄이는 '역주행'을 감행한 것이다.
WSJ은 SVB이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등 만기보유증권으로 알려진 910억 달러(약 119조원) 규모의 다른 채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를 헤지했는지는 알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금융회사들은 통상 투자자의 고정금리 대출이나 투자를 제3자를 통해 사실상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스와프 거래를 통해 금리 인상을 헤지한다.
하지만 자산의 많은 부분이 미 국채나 모기지 등 채권에 묶여 있는 SVB는 정작 이런 기본적인 헤지를 외면한 셈이다.
SVB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채권 1천170억 달러(약 153조원) 가운데 만기보유증권은 910억 달러(약 119조원)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 중 577억 달러(약 75조3천억원)는 모기지다.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 보유액은 260억 달러(약 33조9천억원)로, 이 중 161억 달러(약 21조원)가 미 국채다.
taejong7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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