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봉사 240시간 명령…"폴란드의 생식권 억압 정점 찍었다" 비판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가정폭력 피해 임신부에게 낙태약을 제공한 활동가에게 폴란드 법원이 14일(현지시간) 유죄 평결을 내렸다.
AFP통신·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에 따르면 폴란드 바르샤바 법원은 '낙태 지원', '의약품 무단 소지' 혐의를 받은 '낙태 드림팀'(ADT)의 공동 설립자 유스티나 비진스카에게 이같이 평결하고 240시간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에 따라 비진스카는 한 달에 30시간씩 8개월간 사회봉사에 나서야 한다.
비진스카는 2020년 당시 12주차 임신부에게 낙태약을 공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름이 '아니아'로 알려진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독일에서 낙태 시술을 받으려 했으나 남편에게 저지당했다고 한다.
결국 인터넷을 통해 낙태 지원단체 ADT에 도움을 요청했고 비진스카가 소포를 통해 아니아에게 낙태약을 전달해줬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아니아의 남편이 낙태약을 모두 빼앗은 뒤 비진스카를 경찰에 신고하면서 비진스카는 법정에 서게 됐다. 아니아는 경찰 조사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얼마 뒤 유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진스카는 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항소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법원 밖에서 기자단과 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서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위해 앞으로 계속 일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국민의 85%가 가톨릭 신자인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엄격하게 낙태를 금지하는 국가 중 하나다.
강간,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이거나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할 수 없다. 2020년 폴란드 헌법재판소는 유전적 결함을 지닌 태아를 낙태하는 것도 위헌으로 규정했다.
낙태약을 공급했다는 이유로 활동가가 기소된 것도 유럽에서는 폴란드가 처음이라고 국제 앰네스티는 밝혔다.
다만 폴란드 여론조사업체 IBRIS의 이달 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폴란드 국민 대다수는 낙태 금지법 완화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 83.7%가 제한 완화에 찬성했다고 AFP는 전했다.
국제 앰네스티는 폴란드 법원의 이날 판결에 대해 "폴란드의 생식권 억압이 정점을 찍었다"고 비판했다.
아녜스 칼라마르 국제 앰네스티 국장은 "낙태를 거의 완전히 금지한 폴란드가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면서 "여성과 소녀, 그리고 이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후퇴"라고 말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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