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연계 우크라 정교회, 근거지 '동굴수도원'서 퇴거 위기

입력 2023-03-15 10:28  

러 연계 우크라 정교회, 근거지 '동굴수도원'서 퇴거 위기
우크라 정부, 러와 협력 의심해 퇴거명령…전쟁 여파 교회로 확산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러시아와 연계됐다는 의심을 받아온 우크라이나 내 정교회 성직자들과 수도사들이 근거지인 키이우의 페체르스크 수도원(동굴 수도원)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AFP 통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성직자들은 3월 말까지 수도원을 떠나라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퇴거 명령에 저항하고 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벌써 이사 준비를 하는 상황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큰 이삿짐을 실은 차량과 승합차들이 수도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아벨이라는 이름의 한 수도사는 "불가해한 일이 일어나 (강제)퇴거가 이루어질 경우에 대비해 부피가 큰 물건들을 옮기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수도원에 남아있을 것이고 버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일 올렉산드르 트카첸코 우크라이나 문화부 장관은 러시아 연계 정교회가 수도원의 일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온 임대 계약의 종료를 발표했다. 계약 종료일은 3월 29일로 알려졌다.
11세기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페체르스키 수도원(동굴 수도원)은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주요 근거지로, 수도원의 상당 부분을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ian Orthodox Church: UOC)가 사용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한 러시아 정교회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에 있던 UOC는 지난 5월 "전쟁은 '살인하지 말라'는 신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모스크바 총대주교구에서 완전히 독립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UOC가 여전히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러시아 보안기관의 정보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은 지난해 말 페체르스크 수도원을 비롯한 몇몇 교회들을 수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회의 서기 올렉시 다닐로프는 UOC 측에 "러시아와 관계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결별을 고하라.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악마라고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내 정교회는 지난 2019년 이후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의 UOC와 키이우 총대주교구 산하의 우크라이나 정교회(Orthodox Church of Ukraine: OCU)로 나뉘어 졌다.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에서 탈러시아·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뒤 종교적으로도 러시아에서 독립하려 한 OCU 등의 친우크라이나 성향 정교회들이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관할에서 벗어나면서 서로 반목하는 2개 정교회가 생겨난 것이다.
우크라이나 보안당국은 모스크바 총대주교구 산하 UOC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정부와 협력했다는 혐의를 제기해왔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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