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 "특허출원 58% 증가했으나 혁신비용도 40% 늘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의 기술 제재로 중국의 첨단 분야 연구개발(R&D) 투자가 10년간 53% 늘어났고 그 결과 특허 출원이 58%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산시성 시안의 창안대 연구진은 최근 중국과학기술발전전략연구원이 발간하는 학술지 중국과학기술포럼에 발표한 논문에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 정부의 제재가 중국 첨단기술 기업 약 1천 곳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해당 기간 중국의 R&D 투자가 52.9% 늘어났으며, 그 결과 이들 중국 기업의 평균 특허 출원 건수는 57.6%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혁신비용 역시 40% 가까이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미국의 기술 통제 정책 아래 중국에서 첨단 기술 기업들의 R&D 투자와 특허 출원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며 "그러나 기술 혁신 비용 역시 크게 증가하며 혁신 활동을 더욱 어렵고 덜 효율적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학계 의견은 미국 기술 규제의 영향에 대해 양분되는데, 미국의 규제에 따른 실질적인 영향을 구체적인 숫자로 측정한 연구는 이전까지 거의 없었다고 밝혔다.
일부 연구자들은 미국의 제재가 기술 이전에 영향을 끼치고 중국 과학자들과 서방 최고 연구자들의 교류를 제한하며 중국 산업을 생산망의 하위 부분에 머물도록 한다고 경고한다.
반면 다른 이들은 그러한 규제가 중국의 혁신을 가속하고 중국 정부가 새로운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거나 중국 기업들이 외국 파트너에 덜 의존하도록 촉진할 것이라고 맞선다.
연구진은 미국 규제의 영향이 산업별로 매우 다르다면서 중국 전자업체들이 가장 타격이 크고 컴퓨터와 통신 분야가 뒤를 잇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후발 주자이고 여전히 일부 핵심 기술 분야에서 약한 고리가 있는 상황에서 화웨이로 대표되는 중국의 첨단 기술 기업들은 기술 통제가 유발하는 거대한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소재 산업 같은 경우 미국의 제재로 10년간 해당 중국 기업들이 혁신 비용을 5% 이상 줄였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일부 자본 집약적인 산업에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가혹한 외부 환경에 직면할 경우 이들 분야는 자본 투자를 늘려 단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중국이 주요 유망 기술 부문 44개 중 37개에서 압도적으로 R&D 우위를 보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37개 부문 중 나노 물질 제조, 수소 전력, 합성 생물학 등 8개 부문은 중국이 거의 독점적인 위상을 차지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밖에 중국이 선두인 부문에는 초음속, 전기 배터리, 무선통신 등이 포함됐다.
SCMP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로 단기적인 이득을 얻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기업들이 스스로 기술을 개발하도록 만들면서 결국은 중국과의 전쟁에서 패할 것이라고 봤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갖는 것을 막는 데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들이 막대한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 자신들만의 반도체를 만들도록 내몰았다. 하지만 5∼10년이 주어진다면 그들은 빈곤 완화 프로그램에서 돈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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