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주 점령할 이유없어…미·영에 국가안보 묶여 분쟁 휘말릴 수도"
(자카르타·시드니=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정동철 통신원 = 호주가 미국, 영국과 맺은 오커스(AUKUS) 동맹 차원에서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전 호주 총리가 불필요하게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15일(현지시간)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 등에 따르면 폴 키팅 전 총리는 이날 캔버라에서 열린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을 통해 호주의 이번 핵 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이 최악의 결정이라며 "결국 역사가 이 프로젝트를 판단하게 되겠지만 이번 결정이 큰 실수라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 내 이름이 분명히 기록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노동당 소속으로 1991년부터 1996년까지 24대 호주 총리를 지낸 키팅 전 총리는 노동당 원로이자 대표적인 친중 정치인으로 꼽힌다. 친미·반중이 아니라 미·중 중립 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호주가 오커스 동맹에 가입할 때부터 이를 반대하며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핵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누구에게도 별다른 군사적 이익이 없다"면서 "단지 중국에 대항한다는 상징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러면서 "국방전력 증강 효과는 미미한데 비용은 측정이 불가할 정도로 막대한 만큼 모든 면에서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호주가 2050년대 중반까지 영국 설계도와 미국 기술을 기반해서 핵추진 잠수함 8척을 건조하는데 소요되는 국방 예산은 2천680억∼3천680억 호주달러(약 233조7천억∼321조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중국이 호주에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을 가한 적이 없다며 "중국이 호주를 점령하려는 이유가 있겠는가. 그들이 실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너무 멍청해서 대답할 가치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호주가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는 것은 미국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키팅 전 총리는 호주가 미국의 촉구로 위험하고 불필요한 여정을 시작했다며 국가의 안보를 무모한 미국과 영국에 묶이는 바람에 호주가 향후 분쟁에 휘말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팅 전 총리는 또 중국은 미국을 공격할 의도가 없으며 의도가 있다고 해도 능력이 전혀 없다면서 단지 자국 영토에 미군의 접근을 막고 싶은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오커스 핵잠수함 합의에 앞장선 호주의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과 페니 웡 외교장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어리석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웡 장관에 대해서는 "2016년 야당 시절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대립각을 세우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말스 장관에 대해서는 "미국 위주의 사고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키팅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 핵잠수함 계획에 대해 "(중국이라는) 산을 향해 이쑤시개 몇개 던지는 격"이라면서 오커스 안보동맹에서 탈퇴할 것을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키팅 전 총리 재임 시절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킴 비즐리 전 부총리는 키팅 전 총리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우리에겐 잠수함이 필요하다. 세심한 고려를 거쳐 내린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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