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테베 작전' 노병들도 동참…"극단주의에 납치된 총리·국가 구할 것"
예술가·작가·지식인들, 독일·영국에 네타냐후 초청 취소 촉구
네타냐후 총리, 테러범 침투 보고받고 일정 단축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우파 연정이 추진하는 사법부 무력화 입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1주일만에 또 다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해외 출장 일정에 맞춰 공항에서 시위를 벌였다.
15일(현지시간)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아침부터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 안팎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며 독일 공식 방문길에 오르는 네타냐후 총리를 성토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공항 청사 기둥 등에 '독재자가 도망간다', '돌아오지 말라' 등 구호가 적힌 선전물을 내거는가 하면 공항 진입 도로에서 저속 주행으로 차량 흐름을 방해하거나 이스라엘 국기로 장식한 차량을 공항 터미널 중간중간에 세워 차량 접근을 막기도 했다.
시위대는 앞서 지난 9일 네타냐후 총리의 이탈리아 출장 당시에도 공항으로 가는 도로를 봉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예루살렘에서 공항까지 차량 대신 헬기를 이용해야 했다.
이날 시위는 지난 9일보다 강도가 약해졌지만, 시위 행렬에는 1976년 '엔테베 작전'에 참여했던 노병들이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엔테베 작전은 에어프랑스 여객기에 탄 채 우간다 엔테베 공항으로 납치된 이스라엘인 105명을 이스라엘군 특수부대원들이 4천㎞나 은밀히 날아가 구해낸 원거리 인질 구출 작전이다.
이 작전은 전설적인 대테러 구출 작전으로 평가받으면서 극영화는 물론 다큐멘터리 영화의 소재가 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친형인 요니 네타냐후는 당시 이스라엘 최정예 특수부대 사예레트 마트칼의 중령으로 구출 작전을 이끌다가 사망했다.
노병들은 이날 시위를 '베냐민 작전'으로 부르며 "거의 50년 만에 우리는 극단주의자들에게 납치된 총리, 총리와 함께 위험한 쿠데타를 향해 달려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민주적이고 비폭력적으로 공항을 공격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엔테베 작전 당시 쓰였던 것과 유사한 구형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앞세우고 공항 터미널을 돌며 시위했다.
이스라엘의 작가들과 예술인 단체 등도 시위에 동참, 네타냐후 총리가 방문할 예정인 독일과 영국 등에 총리 초청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사법부 무력화에 대한 저항이 확산하는 가운데 아미르 야론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까지 성급한 사법 정비 추진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야론 총재는 전날 방송된 CNN과 인터뷰에서 급격하고 합의되지 않은 사법 정비가 이스라엘의 인재 유출 등 엄청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사법 정비는) 인재 유출 등 결과를 낳는다. 이것이 기관(사법부)의 독립성이 지켜지고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라며 "따라서 이 문제는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하며, 대중이 동의하는 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에서 테러범이 침투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베를린 공식 방문 일정을 단축하고, 출발시간도 이날 정오께에서 밤늦은 시간으로 늦췄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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