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전 레이더 이미지 활용, 용암 통로 '화도' 변형 찾아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와 질량과 크기가 비슷해 쌍둥이 행성으로도 불리는 금성에서 살아있는 화산 활동 증거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학 지구물리학연구소의 로버트 헤릭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5일 텍사스주 우드랜드에서 열린 제54차 달·행성과학 회의에서 30여년 전 레이더 이미지 자료를 분석해 화산 활동이 최근에도 이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를 발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알래스카대학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NASA 금성 탐사선 마젤란 호가 1991년에 8개월 시차를 두고 포착한 레이더 이미지에서 마그마나 화산분출물이 지표로 흘러나오는 통로인 화도(火道)의 크기와 형태가 변한 것을 찾아냈다.
이 화도는 적도 인근의 고원 지대인 '아틀라 레지오'(Atla Regio) 안에 있는 두 개의 화산 중 '마트 몬스'(Maat Mons)에서 확인됐다.
아틀라 레지오의 두 화산은 금성에서 가장 큰 화산 축에 드는데 최근까지도 화산 활동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은 됐지만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연구팀은 마젤란호가 2월에 포착한 마트 몬스의 화도가 약 2.2㎢로 원형에 가까웠지만 8개월 뒤에 잡힌 이미지에서는 크기가 두 배로 커지고 원형 모양도 깨진 것을 확인했다. 또 용암이 굳었는지 여부까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화도 가장자리까지 용암으로 채워져 화도 안에 용암 호수가 형성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화도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 산사태나 지진 등 다양한 지질학적 상황을 실험한 결과, 화산 분출만이 이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마트 몬스가 지난 2018년 하와이 킬라우에아 화산 폭발과 비슷한 양의 용암을 분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헤릭 교수는 "금성이 적어도 1년에 몇차례 분출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화산 활동이 진행 중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이뤄질 금성 탐사에서 새로운 화산 분출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해상도가 낮은 30여년 전 레이더 이미지를 분석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앞으로 10년 안에 새로운 금성 탐사선 '베리타스'(VERITAS)가 발사되면 좀 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리타스는 첨단 전천후영상레이더로 3차원(3D) 지도를 만들고 근적외선 분광기를 활용해 두꺼운 구름에 가려져 있는 금성의 지형은 물론 내부 구조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구와 비슷한 질량과 크기를 갖고도 납도 녹일 만큼 뜨겁고 혹독한 환경을 갖게 된 과정에 대한 단서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베리타스 과학팀에 참여 중인 툴레인대학의 제니퍼 휘튼은 "금성은 수수께끼 같은 세계로, 마젤란호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 줬다"면서 "불과 30년 전에 화산 분출이 있었다는 점을 확신하게 됐는데, 이는 베리타스가 하게 될 엄청난 발견의 작은 예고편"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서도 발표됐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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