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싱가포르 수의학계에서 펭귄을 대상으로 한 백내장 수술과 렌즈 삽입술을 진행해 성공시켰다고 미국 CNN·CBS 방송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싱가포르 동물보호단체 '만다이 야생생물 보호'(Mandai Wildlife Reserve)는 전날 성명을 내고 서부 주롱 지역의 '주롱 새공원'에 사는 펭귄 6마리가 이 같은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펭귄이 안구 렌즈 삽입술을 받은 건 이번이 세계 최초라고 설명했다.
6마리 중 3마리는 임금 펭귄으로 모두 20세 이상 고령이고 나머지는 7∼13세 사이 훔볼트 펭귄이다. 임금 펭귄은 황제펭귄 다음으로 덩치가 큰 펭귄으로 몸무게 최대 18㎏, 키 최대 1m 크기까지 자란다.
6마리 모두 두 달 전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임금 펭귄 3마리는 이후 맞춤형 안내렌즈 삽입술까지 받았다.
수술에 참여한 수의사 엘런 라시디는 "우리는 펭귄들의 눈이 뿌옇게 흐려지고 이들이 눈앞의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듯이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했다"면서 백내장 수술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라시디는 임금 펭귄의 경우 몸집뿐 아니라 눈도 다른 펭귄에 비해 커서 렌즈 삽입술을 진행하기 적합했다면서 이들의 시력 향상을 위해 백내장 수술에 이어 렌즈 삽입술도 시행했다고 말했다.
수술에 사용된 렌즈는 독일에서 2달 동안 맞춤 제작한 것으로 임금 펭귄 3마리의 눈에 딱 맞도록 정밀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수술을 이끈 또 다른 수의사 글래디스 부는 물속에서 펭귄의 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세 번째 눈꺼풀이 시술 도중 계속 닫히는 바람에 시술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번 렌즈 삽입술이 "수의학 분야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자평했다.
펭귄 6마리는 수술 후 한동안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매일 두 번씩 안약을 투약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지금은 이들 모두 시력을 잘 회복해 이전 수준의 활동성과 반응성을 되찾았다고 한다.
라시디는 "펭귄들의 시력이 향상돼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니 기쁘다"면서 "임금 펭귄들도 새 렌즈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롱 새 공원은 최근 몇 년간 동물 치료 및 재활에 힘써왔다.
이전에는 암에 걸린 코뿔새(hornbill)를 위해 3D 프린팅으로 인공 부리를 만들어주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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