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긴축 완화하면 주택시장 연착륙에 도움"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나이스신용평가는 주택가격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할 경우 주택시장이 경착륙할 우려가 있다고 16일 진단했다.
권신애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이날 온라인 세미나에서 "일각에서 주택경기 바닥론이 제기되지만, 향후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주택 구매자의 대출 및 구매 여력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PIR)이 과거 장기 평균보다 매우 높은 만큼 주택가격 하락을 통한 정상화가 진행될 것으로도 예상했다.
권 연구원은 "과거 PIR은 전국 3∼4배, 서울 8∼9배 수준을 유지했으나 최근 전국 5∼6배, 서울 13∼14배 수준으로 크게 상승했다"며 PIR이 장기 평균에 수렴하기 위해 주택가격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택시장이 금융 불안정을 유발하지 않고 연착륙하려면 국내외 통화정책 완화와 함께 미분양 물량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신평에 따르면 2017년 1월을 100으로 둔 전국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 지수는 2021년 말 140대에서 지난해 말 120대로 내렸다. 이 기간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은 2만호 미만 수준에서 7만호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급증했다.
주택 실거래가가 큰 폭 하락해 분양가와 기존 주택의 급매 가격 간 차이가 줄어든 결과 분양가가 높은 것으로 인식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연구원은 "부동산 개발 사업자들이 정부 지원을 기대하면서 과도한 고분양가를 고수하는 경우 미분양 물량의 지속적인 증가가 주택가격의 하방 압력을 가중해 경착륙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의 파산 사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완화로 이어져 주택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됐다.
권 연구원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만 인상하거나 동결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압력을 낮춰 국내 주택시장의 연착륙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불안으로 이전될 경우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여 주택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아직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했다.
나신평은 주택시장의 연착륙 여부를 올해 한국 거시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이자 금융회사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 증권, 할부 리스(캐피탈),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업종의 신용 평가에 반영할 방침이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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