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법·탄소중립법 발표…역내 원자재 가공·청정기술 제조 40% 달성 목표
'전기차 핵심' 영구자석 재활용률 공개 의무화…배터리·탄소포집 신규사업에 보조금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16일(현지시간)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원자재법·탄소중립산업법 초안을 잇달아 공개했다.
특정국 수입에 의존중인 핵심 원자재의 'EU내 가공' 비중을 대폭 늘리고, 폐배터리 소재의 재활용 보고를 의무화하는 등 원자재 공급망 안정·다각화 대책을 추진한다.
배터리·탄소포집 등 청정기술 신규 산업에 대해서는 역내 투자 유치 확대를 위해 길게는 수년이 걸리던 인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 배터리용 니켈 등 16가지 '전략원자재'…"제3국산 65% 미만"
EU 집행위가 이날 발표한 핵심원자재법에 따르면 2030년까지 종류·가공 단계를 불문하고 특정한 제3국산 전략적 원자재 수입 비율을 역내 전체 소비량의 65%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목표다.
배터리용 니켈·리튬·천연흑연·망간을 비롯해 구리, 갈륨, 영구자석용 희토류 등 총 16가지 원자재가 전략적 원자재로 분류됐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EU는 현재 희토류, 마그네슘, 리튬 등 주요 원자재의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고 외신은 짚었다. 전부 전기차, 반도체, 히트펌프, 태양광 패널 등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다만 집행위 고위 당국자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들과 만나 65%라는 목표치는 '벤치마크'로,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상한선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적정한 제3국산 원자재 수입 비중 수준을 가늠하고 과도한 의존도로 인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기준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법안에 EU 차원의 목표치가 제시된 만큼,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관련 대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초안에는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대책도 담겼다.
신흥 및 개발도상국 등 제3국과 원자재 관련 파트너십을 구축해 광물 채굴 등 새로운 원자재 공급망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략적 프로젝트'를 별도로 식별해 신규 채굴·가공시설 인허가 및 재활용 사업에 대해서는 신속한 허가와 재정 지원이 가능하게 했다. 주로 자원 부국인 아프리카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원자재 소비 및 생산국을 망라하고 EU와 '유사한 입장을 갖는' 국가들만 참여하는 '핵심 원자재 클럽'을 만들어 공급망 안정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 'EU산 원자재' 확대…전기차 영구자석 재활용률 공개해야
원자재법에 따르면 특정 국가에 쏠린 의존도를 낮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한편 'EU산 원자재' 확대 노력도 추진된다.
전략적 원자재의 경우 2030년까지 EU 전체 연간 소비량 대비 역내 채굴량 최소 10%, 가공량 40%, 재활용 비율 15%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집행위는 전기차 모터의 필수 부품으로 꼽히는 영구자석에 대해서는 별도 조항에서 '재활용 비율 및 재활용 가능 역량'에 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했다.
관련 기업은 법안이 시행되면 특정 제품에 재활용된 영구자석의 비율은 물론, 향후 영구자석을 분리해 재활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세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당장은 '정보 공개'에 그치지만, 향후 재활용 비율을 의무화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행위는 법안 관련 의견서에 해당하는 20페이지 분량의 별도 통신문에서 향후 재활용 확대를 위해 폐기물 규정 수정, 아예 제품 디자인 단계에서 '친환경 디자인' 요건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적시했다.
집행위 고위 당국자도 "2030년 이후가 되면 수명이 다한 전기차, 풍력터빈 등의 재활용 역량 확대가 중요해지므로 지금부터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재활용 비중 확대를 위해 향후 더 많은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자재 재활용률을 늘리려면 관련 기술력이 필요하고, 관련 부품의 디자인 변경이 수반될 가능성도 있어 중·장기적으로 유럽에 진출한 한국 자동차업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법에는 공급망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500명 이상, 연간 매출 1억5천만 유로(약 2천100억원) 이상인 역내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급망 감사를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 역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주요 대기업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는 내다봤다.
◇ 청정기술 신규사업 허가 수년→18개월로 단축…탄소중립법
원자재법과 함께 발표된 탄소중립산업법에는 미국 IRA에 맞서 역내 친환경 산업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대책이 담겼다.
초안에 따르면 집행위는 태양광·배터리·탄소포집 및 저장 등 8가지를 '전략적 탄소중립 기술'로 규정했다.
해당 8가지 산업의 역내 제조 역량을 2030년까지 40%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관련한 역내 신규 사업에 대해서는 허가 기간을 최대 18개월을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신규 사업을 위한 투자 시 보조금 지급 절차도 간소화될 전망이다. 이미 EU는 최근 보조금 지급 규정을 완화한 바 있다.
통상 EU에서 새로운 사업 추진 허가를 받으려면 길게는 수년씩 걸려 외국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됐다.
이날 공개된 2건의 법안 초안은 집행위와 유럽의회,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 간 3자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다만 법안 초안에는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은 포함되지 않아 향후 세부 이행 방안이 추가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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