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우크라이나에서 전란 속 인권 실태를 조사 중인 유엔 조사위원들이 러시아 당국에 의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강제 이송된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전쟁범죄라고 비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독립조사위원회 위원들은 16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그간의 활동 내용을 담은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아동 강제이송이 국제인도법을 어긴 전쟁범죄라고 결론 냈다"고 밝혔다.
조사위원들은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을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나 러시아 영토로 데려갔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국제인도법은 교전국이 어린이를 강제 이송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조사위 측은 강제이송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제시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 점령지 등지로 강제이송된 자국 아동 규모가 지난달 현재 1만6천여명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다.
조사위원들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와 동북부 하르키우, 남부 헤르손 등지에서 이송된 4∼18세 어린이 164명의 사건 기록을 면밀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검토 결과 아이들은 이송되기 전 러시아 사회복지 당국으로부터 위탁 가정에 부모와 함께 배치되거나 입양된다는 통보를 받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어린이를 위탁 가정에 배치해 러시아 시민권을 부여하려고 한 정황이라고 조사위원들은 지적했다. 아이들은 이송 전 친척들과 영구적으로 분리된 채 살아가야 하는 데 대한 두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조사위원들은 전했다.
조사위원들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인권 실태를 조사하면서 전쟁범죄나 국제인도법 위반 사항들을 수집해왔다.
이미 작년 10월 첫 공식 보고서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체르느히우, 하르키우, 수미 등 4개 지역 내 마을 27곳을 현지 조사하고 피해자 및 목격자 191명과 인터뷰를 나눈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당시 보고서는 조사 지역에서 집단 처형과 불법 구금, 고문, 학대, 성폭력 등이 자행됐으며 대부분 러시아군이 저지른 전쟁범죄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에도 조사가 이어지면서 이번 보고서에는 56개 도시 및 마을, 구금 시설 및 전쟁 폐허 등을 답사하고 595명을 인터뷰한 내용 등이 담겼다. 작년 보고서 내용처럼 이번에도 각종 고문과 민간인 살해·성폭행 등 전쟁범죄 사례들이 파악됐다.
러시아군에 대한 즉결 처형 등 우크라이나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일부 정황에 대해서도 보고서에 기록돼 있다고 조사위원들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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