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연금개혁 정치적 타협 실패…집권당 내부서도 비판(종합)

입력 2023-03-17 05:58  

마크롱, 연금개혁 정치적 타협 실패…집권당 내부서도 비판(종합)
하원 밖에서 규탄 시위…경찰, 최루가스·물대포 발사하며 대응
노조, 3월 23일 제9차 시위 결의…야당, 총리 불신임안 발의 예고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정년 연장을 골자로 연금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결국 정치적 타협을 끌어내는 데 실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파 공화당을 설득해 입법을 추진하려 했으나,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지 못해 하원 표결을 앞두고 투표를 생략하는 우회로를 택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정부의 권리를 행사한 것이지만, 이러한 결정은 야당과 노동계뿐만 아니라 집권당까지도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4월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두 달 뒤 치른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대가를 이렇게 치르게 됐다.
현재 하원 전체 577석 중 여당 르네상스 등 집권당 의석은 250석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해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지원이 필요하다.
야당인 공화당 의석이 61석이기 때문에 이들을 포섭하면 과반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자체 조사 결과 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는 후문이다.
애초 하원에서 표결하는 승부수를 던지려 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대책 회의를 하면서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법안이 부결됐을 때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 재정적 위험이 너무 크다며 "국가의 미래를 걸고 장난을 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일간 르몽드가 전했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와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이날 특별 국무회의에서는 하원에서 투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BFM 방송이 보도했다.



의회를 무시하는 듯한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에 연금 개혁안에 반대해온 좌파, 극우 야당은 거세게 반발했고 집권당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과 지난 2017년, 2022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즉각 총리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르펜 대표는 이날 하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완전히 실패했다"며 "처음부터 정부는 자신이 하원 다수를 차지했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보통 극우 정당과 각을 세우는 좌파 연합 '뉘프' 소속인 녹색당(EELV)의 쥘리앵 바유 의원은 "의회가 내각을 무너뜨리는 최초의 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연금 개혁에 비교적 협조적이었던 공화당의 에리크 시오티 대표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두말할 나위 없이 잘못됐다며 "우리는 지금 민주주의 위기 속에 있다"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공개적으로 정부를 저격했다. 르네상스의 에리크 보토렐 의원은 정부의 결정이 있고 나서 "실망과 분노 사이를 오가고 있다"며 "우리는 투표해야 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르네상스와 함께 집권당을 구성하는 민주운동의 에르완 발라낭트 의원은 트위터에 "우리는 의회의 표현을 존중하고 모두가 정치적으로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투표를 했어야만 했다"는 글을 올렸다.
보른 총리가 이날 하원에서 헌법 조항에 의거, 의회 표결을 건너뛰겠다고 발표하고나서 하원 맞은편에 있는 콩코르드 광장에는 7천여명이 모여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차 앞에서 불을 피우거나, 경찰을 향해 돌 등을 던지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자 경찰은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발사해 이들을 해산시켰다.
정년 연장에 반대하며 지난 두 달 동안 8차례에 걸친 전국 단위 시위를 조직해온 주요 8개 노동조합은 이날 오후에 만나 3월 23일 제9차 시위를 개최하기로 뜻을 모았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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