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이드 사건 후 3년만에 닮은꼴…보안관보·병원 직원 10명 무더기 체포·기소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미국 동부 버지니아주에서 흑인 청년이 정신병원에 수용되는 과정에서 보안관보와 병원직원 10명에 의해 집단으로 12분간 몸이 짓눌려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백인 경찰에 목이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거의 3년 만이다. 플로이드 사건은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라고 외치는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미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촉발한 바 있다.
로이터,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 주도 리치먼드 남쪽의 센트럴스테이트 정신병원 직원 3명이 16일(현지시간) 흑인 어보 오티에노(28)를 사망케 한 혐의로 체포됐다. 앞서 헨리코 카운티 보안관보 7명도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 10명은 지난 6일 정신병원에 오티에노를 입원시키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해 숨지게 한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됐다.
유족과 인권 변호사는 16일 오티에노가 사망에 이르게 된 CCTV 카메라 녹화 영상을 함께 지켜봤다. 오티에노의 어머니인 캐롤라인 우코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오늘 본 것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난 고문을 봤다"고 말했다.
가족을 대변하는 벤 크럼프 변호사는 사건 당시 오티에노는 수갑과 철 족쇄가 채워진 상태였다면서 정신병원에서 7명의 보안관보에 의해 12분간 숨이 막혀 사망했다고 말했다. 예비 검시 보고서도 사인을 질식사라고 밝혔다.
경찰은 오티에노가 리치먼드 교외의 강도 사건과 연루됐을 가능성 때문에 며칠동안 그를 구금했다가 정신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가 경찰에 '공격적'이어서 입원 시 이같이 제압당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CCTV 영상에는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던 그를 용의자들이 다짜고짜 바닥에 내팽개치고 무더기로 올라타 숨을 못 쉬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 변호인 측에 따르면 그가 호흡이 없고 생명이 꺼졌을 때도 용의자들은 곧바로 긴급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서 경찰은 오티에노에게 페퍼 스프레이(고춧가루액)를 뿌리고 분뇨 범벅인 감방에 벌거벗겨 수갑을 채운 채 그를 내동댕이 쳤다. 축 늘어진 그는 이후 문제의 정신병원으로 팔다리가 들린 채 "개보다 못하게" 끌려갔다고 변호인과 유족이 전했다.
검찰은 추가 혐의 적용과 기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음악가를 꿈꾼 오티에노는 최근 정신 건강 문제로 힘들어했다고 유족과 변호인이 밝혔다. 오티에노는 4살 때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해 리치먼드 교외에서 자랐다.
오티에노 어머니는 그의 액자 사진을 움켜쥔 채 "아들의 음악에는 선함이 있었는데 그것만이 남고 그는 가버렸다"면서 "이제 나는 그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손주도 못 보게 됐다"고 한탄했다.
플로이드 유족도 대변했던 크럼프 변호사는 "플로이드 사건 이후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경찰에 의해 12분간 고통스럽게 바닥에 꼼짝없이 짓눌려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 충격"이라고 말했다.
2020년 5월 플로이드 사건 이후 미 경찰은 대대적인 개혁을 약속했지만, 올해 1월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당시 29세)가 경찰의 집단 구타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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