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英 위그모어홀 상주 음악가 노부스 콰르텟 "감사할 따름"

입력 2023-03-19 06:30  

[인터뷰] 英 위그모어홀 상주 음악가 노부스 콰르텟 "감사할 따름"
세계적 실내악 공연장…9회 초청, 韓 음악인 중 최다
"잘 맞는 사람들과 좋은 음악 하려는 순수한 마음 필요한 장르"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한국 현악 4중주단의 대표 주자인 노부스 콰르텟은 실내악 '꿈의 무대'인 영국 위그모어홀의 사랑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음악가들 중에선 단연 가장 많은 콜을 받았고 상주 음악가로까지 선정됐다.
16일(현지시간) 저녁 런던 위그모어홀 대기실에서 공연을 마친 노부스 콰르텟과 한 인터뷰에서 소감을 묻자 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관객 반응이 좋아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레퍼토리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벤저민 브리튼, 레오시 야나체크 등 20세기 작곡가들의 곡이었다.
관객은 연령, 인종, 성별이 다양했고 연주가 끝나자 기립박수도 나왔다.
노부스 콰르텟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이 2007년 뭉쳐 만든 현악 4중주단이다.
실내악 불모지로 여겨지던 한국에서 처음으로 해외 콩쿠르에서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팀이다. 리더인 김재영(바이올린)과 김영욱(바이올린), 김규현(비올라), 이원해(첼로)로 구성돼있다.
위그모어홀은 122년 역사의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공연장으로, 런던에서 실내악 기준으론 바비칸, 사우스뱅크와 함께 손에 꼽힌다.
550석 규모 공연장에 매년 무려 460회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관객 수는 약 20만명이다.
세계적 음악가들의 독주회, 실내악 공연장으로서뿐 아니라 신진 음악가들의 런던 데뷔 무대로서도 의미가 깊다.
백건우, 조수미부터 올해 1월 임윤찬까지 많은 한국 음악가도 위그모어홀에서 처음 런던 관객을 만났다.
이 중에서 노부스 콰르텟은 2017년 이후 무려 9회 위그모어홀 초청을 받은 데서 차별화된다. 5월과 내년 예정 공연까지 치면 11회가 된다. 단, 2020년 공연은 코로나19로 취소돼서 실제 공연 기록은 8회다.
이들은 위그모어홀 공연과 연계해 BBC 라디오3 스튜디오에서도 연주했고 작년에는 상주 음악가에도 이름을 올렸다. 현재 위그모어홀 상주 음악가는 피아노, 성악, 실내악팀 등 모두 9팀이다.

이날 공연 전 만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배경을 묻자 다소 허무한 답이 나왔다. 작년 11월 공연을 하러 왔다가 포스터에 적힌 것을 보고 알았다는 것이다.
노부스 콰르텟은 "1920년대 음악 등의 주제로 3회 공연이 잡힌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주 음악가가 된 줄은 몰랐다"며 "뭔지 몰라서 사진을 찍어서 매니저 통해서 물어봤다"면서 웃었다.
위그모어홀과의 관계를 묻자 "우리끼리 '왜 자꾸 부르지?'라고 농담했는데 당연히 정말 좋고 신기하다"며 "앞으로 표가 잘 팔리고 계속 초청받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위그모어홀은 일단 낮 공연에 불러보고 반응이 좋으면 이후에 저녁 공연을 잡는데 그렇게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첫 공연이 무려 3년 전에 잡혔고 이후 낮 공연을 몇차례 했다"고 말했다.
지금 위치에 오르기까지 노부스 콰르텟은 길을 새로 뚫어가며 달려왔고 이제 그 길을 여러 팀이 따르고 있다.
이들은 "처음엔 한국에 보고 따라 할 모델이 없었기 때문에 어디서 배워야 할지조차 몰라 막막했다"며 "이제는 안정되고 잘 지내지만, 팀 성장기에는 20대인 데다가 서로 비전도 조금씩 다르니 싸우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독일로 같이 공부하러 갔다가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일은 매우 큰 도전이었다. 터를 옮기는 과정에 멤버 교체도 있었다.
이들은 "다들 유럽 무대와 연을 이어가려고 힘든 외국살이를 하는 건데 귀국하면 로컬 음악가로 여겨질까 봐 불안했다"며 "하지만 막상 와 보니 네트워크 유지가 예전만큼 어렵지 않고, 지금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현악 4중주에 관해서는 "클래식 중에서도 진지하고 내밀한 장르로, 팬들도 마니아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커리어가 잘 안 풀리니 실내악으로 돌려볼까 하는 얕은 생각으로 하기는 어렵고, 잘 맞는 사람들과 좋은 음악을 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다"며 "프로젝트 한 번에도 의가 상할 수 있는데 수십 년 같이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냐"고 했다.
노부스 콰르텟에게 향후 목표를 묻자 "최근 베토벤과 쇼스타코비치 전곡 연주를 하며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니 한 단계 올라간 느낌"이라며 "당장은 유지를 잘하는 게 고민인데 이를 위해 CD도 발매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악은 삶과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딱히 포부를 갖고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지금처럼 하면서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5월 위그모어홀 공연 후 독일 등 유럽에서 투어를 하고 8월에는 에든버러 인터내셔널을 찾을 예정이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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