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은 6∼12학년만…"5학년은 학교에서 생리 거론하면 안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플로리다주 하원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공립 초등학교의 성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의 입법을 추진중이라고 AP통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스탠 머클레인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인간의 성과 성매개질환 등 주제를 다루는 공립학교 성교육의 대상 학년을 6학년부터 12학년까지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학제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만 5세 안팎에 입학하는 유치원학년(K학년)과 1∼5학년이 초등학교, 6∼8학년이 중학교, 9∼12학년이 고등학교로 편성된 경우가 많다.
즉 이 법안이 통과·공포돼 시행되면 플로리다주에서는 K학년부터 1∼5학년 학생들에 대한 성교육이 금지된다.
법안 공청회에서 공립학교 교사 출신인 민주당 소속 애슐리 갠트 의원은 초등학생 때 생리를 시작하는 소녀들도 있다며 이 법안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다.
갠트 의원은 "그렇다면 어린 소녀들이 5학년이나 4학년 때 생리주기를 겪을 경우에, 아직 6학년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서 거론해서는 안 된다는 거냐"라고 지적했고, 대표발의자인 머클레인 의원은 갠트 의원의 말이 맞다고 답했다.
이 법안은 지난 15일 주의회 하원 '교육의 질' 소위원회를 13대 5로 통과했다. 의원들은 대체로 당 노선에 따라 투표했으며, 공화당이 찬성하고 민주당이 반대했다.
이 법안에는 자녀들이 접하는 도서와 기타 자료에 대해 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인간의 성정체성이 출생시에 생물학적으로 결정된다고 학교가 가르쳐야만 한다는 내용, 주정부 교육부가 실시하는 일선 학교 교육 자료 검토를 강화하는 내용 등도 들어 있다.
머클레인 의원은 이 법안의 의도가 플로리다의 67개 교육청 전체의 성교육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어린 자녀들에게 부적합하다고 부모들이 생각하는 도서와 기타 자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길을 늘려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위원회 회의에서 갠트 의원은 이 법안에 따르면 생리를 시작한 어린 여학생이 교사와 상담할 경우 교사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머클레인 의원은 "그런 것은 입법 의도가 아니다"라며 필요하다면 표현을 일부 수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주의회 하원 전체회의에 상정되려면 또다른 위원회에서도 통과돼야 한다. 현재 주의회 상원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AP는 2024년 대통령후보 경선전에 뛰어들 것으로 널리 전망되는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사무실에 이 법안에 관한 의견을 묻는 이메일을 18일 보냈다고 밝혔다.
공화당의 2024년 대선 유력주자로 꼽히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끄는 플로리다는 전통적으로 보수적 분위기가 강한 텍사스를 제치고 최근 극우입법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로리다는 지난해 5월 입법을 통해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3학년까지 성 정체성 및 젠더 문제에 대한 교육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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