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ICC 푸틴 체포영장 발부…전범행위 철저히 규명해야

입력 2023-03-19 14:00  

[연합시론] ICC 푸틴 체포영장 발부…전범행위 철저히 규명해야


(서울=연합뉴스)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범죄 혐의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사실이 공개됐다. ICC 재판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달 22일 검찰 청구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ICC가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CC는 첫 강제수사 대상으로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체포영장에는 최소 수백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고아원과 아동보호시설에서 납치돼 (러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한 사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를 총괄하는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아이들이 전쟁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쟁범죄 관련 혐의에 대한 ICC의 진상규명 작업 추이에 이목이 쏠린다.

러시아 측의 '아동 불법 이주' 행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시점부터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진다. 현 시점까지 지속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도 나온다. 러시아의 '아동 납치'는 우크라이나 아동을 러시아에 강제로 데려간 뒤 위탁 가정에 맡기고, 향후 러시아 시민으로 살도록 하는 게 목표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아동 70만명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인 290만명이 러시아로 이주한 것으로 추산한다. 이중 강제로 이주당한 경우가 어느 정도인지는 파악 자체가 어렵고 부모와 떨어지게 된 아동의 수도 제대로 집계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에선 아동 1만6천명이 이주당했다고 밝혔는데 러시아는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 아동 2천여명을 보호자 없이 러시아로 이주시켰다고 주장하며 이를 인도적 절차라고 강변한다. 아동 불법 이주 행위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조사가 절실해지는 대목이다.

ICC의 전범 행위 혐의에 대한 강제수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쉽지 않다. ICC의 체포영장 발부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신병 확보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한 상태다. 통상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당사국은 ICC 규정과 자국 국내법상의 절차에 따라 체포 및 인도 청구를 이행해야 하지만 회원국이 아닌 러시아가 ICC 규정 절차에 협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로 인해 푸틴 대통령의 전범 혐의 처리에 상당한 난관이 예고될 수 있다. 그렇다고 전범 행위를 방기할 순 없는 일이다. ICC는 전쟁 범죄, 반인도 범죄 등을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 상설 기관이다. 이같은 범죄 혐의가 입증될 경우 국가원수의 면책 특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과거 나치 전범 등을 국제 재판을 통해 처벌한 역사적 사례를 잊어선 안 된다. 전범 행위와 관련한 철저한 수사 의지와 단죄 노력을 국제 사회에 명확히 보여줘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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