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 오늘 총리 불신임안 표결…부결 가능성에 무게

입력 2023-03-20 07:31  

프랑스 하원, 오늘 총리 불신임안 표결…부결 가능성에 무게
마크롱 '의회 패싱'에 민심 분노 격화…파업·시위 잇달아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하원이 20일(현지시간) 오후 야당이 제출한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표결한다.
하원은 이날 오후 4시 정부가 헌법 제49조 3항을 사용한 이후 야당이 발의한 두 건의 불신임안을 토론하고 투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보른 총리는 지난 16일 연금 개혁 법안에 대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고 바로 입법할 수 있는 헌법 조항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이 조항에 따라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다.
이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24시간 안에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할 수 있으며, 재적 의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총리 등은 사퇴해야 한다.
베르트랑 팡셰르 진보당(PR) 의원 외 90명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의원 외 87명은 지난 17일 하원에 보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팡셰르 의원이 속한 자유·무소속·해외영토(LIOT) 그룹이 주도한 불신임안에는 제1야당인 좌파 연합 뉘프(NUPES) 의원들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집권당이 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야당이 힘을 합치면 불신임안을 가결할 수 있으나 우파 공화당(LR)이 불참 의사를 밝혔다.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하원 대표는 불신임안을 추진하는 야당에 동조하며 혼란을 가중하지 않겠다며 이는 다수 공화당 의원의 뜻이라고 전했다.
총리 불신임안은 61석을 가진 공화당에서 30명 이상이 다른 모든 야당 의원과 함께 찬성한다면 통과될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부결에 무게가 실린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일간 르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불신임안이 과반 찬성을 확보해 정부가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했다.
르메르 장관은 연금 개혁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두려움과 우려를 이해하지만, 프랑스 경제가 직면한 현실을 부정한다고 상황이 나아질 리 없다고 지적했다.
올리비에 뒤솝트 노동부 장관은 전날 주간 르주르날뒤디망슈와 인터뷰에서 하원 표결을 생략한 것은 "정부의 실패를 인정한 것이 아니지만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6일 하원 표결을 앞두고 연금 개혁 법안을 통과하는데 찬성표를 공화당에서 필요한 만큼 확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투표를 건너뛰기로 결정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러한 결정은 가뜩이나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늘리겠다는 연금 개혁 계획에 불만을 품고 있던 민심에 기름을 끼얹었고,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곳곳에서 기습 시위를 촉발했다.
프랑스 주요 8개 노동조합은 23일 프랑스 전역에서 제9차 시위를 예고했다.
교통, 에너지, 정유, 환경미화 부문 등에서는 일부 노조가 지난 7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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